곽서령 / 영일고 2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워 기지개를 쫙 폈다. 생각해보면 즐거운 1박 2일이었고, 꼭 1박 2일이 1시간처럼 후딱 가버렸다. 처음에는 신청해놓고서 챙겨갈 짐도 많고 귀찮고 해서 가기 싫고, 1박 2일이 마치 1년은 되어 보였는데, 벌써 이렇게 정애원 캠프가 끝나고 집에 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내가 혹 실수한 것은 없는지 하고.

새록새록 다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모시고 바닷가 간 일,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 일, 정애원 청소한 일 등,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니 뿌듯하고 보람되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휙 하니 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던 건 내 친구가 모시던 할아버지와의 바닷가 데이트였다. 처음에 나는 내 친구와 같이 모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계시질 않았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모시고 싶었다.

아마, 내가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싶어 했던 이유는 내게는 친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시질 않아서였을 것이다. 외가 쪽은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친가 쪽은 가까이 다가갈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런 마음에, 다른 친구가 할아버지와 같이 있는 걸 보고 나도 그곳에 달라붙어 같이 할아버지와 이것저것 담소를 나누었다.

말씀 도중에 당신의 발음이 좋지 않다며 자꾸 비하하셨다. 그래서 내 친구와 나는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발음이 마음에 드시지 않았던지 계속해서 불만을 늘어놓으셨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께서는 불만만 너무 늘어놓으셨다고 생각하셨는지, 자기자랑도 하셨다. 정애원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하셨다면서 노래를 잘 부르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우리가 들려달라고 했다.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정말 끝내줬다. 할아버지께서는 멋쩍으셨는지 “발음이 좀 그래서….”라고 말씀을 흐리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부모님께 잘 해드리라는 충고도 해주셨다. 계실 때 잘 해드리라면서…. 갑자기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났다. 매일 짜증나서 짜증만 내고 집안일을 거들기라도 하나, 공부를 핑계 삼아 탱자 탱자 놀기나 하고….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나를 일깨워주신 할아버지께도 감사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 멀리 정애원 가족들이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할아버지께서 정애원 노래자랑 때 1등한 노래를 부르고 끝이 난 후에야 그곳에 도착했고, 사진은 벌써 다 찍은 뒤였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나, 할아버지, 친구 이렇게 셋이서 따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찰칵! 사진을 찍고 나서 나는 원래 타고 왔던 차를 타고 가야해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모시던 친구와 헤어져야 했다. 할아버지는 나와 헤어지기 전에 당신에게 놀러 오면 꼭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빵을 꼭 준다고 약속하셨다. 그것도 두개씩이나! 나는 할아버지께 꼭 그러겠다고 다짐하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할아버지와는 다른 차에 올라탄 것을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던 추억이 끝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께 죄송하다. 그렇게 다짐하고 헤어지고 난 이후로, 깜빡하고 할아버지를 찾아뵙지 못했다. 그때는 찾아뵙는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시던 빵도 두 개나 주신다고 하셨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의 그 서글픈 말들이 귓가에 맴돈다. “다 필요 없어. 모두 다 필요 없어.”

다시 정애원에 가게 된다면 할아버지께 찾아가 빵도 달라며 응석도 부리고, 할아버지의 멋진 노래도 다시 듣고 싶다. 그리고 할아버지께 다시 한 번 더 말씀 드리고 싶다. “할아버지 발음,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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