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주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몸으로 경험한 세상을 걸찬 입담과 맑은 서정으로 풀어내는 작가 유용주가 8년 만에 새 장편소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를 펴냈다. 전작 `마린을 찾아서`가 열네 살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남들 입고 놀고 자고 쉬는 시간에 맞고 일하고 참고 외웠던” 그 신산한 소년시절을 땀내 물씬한 글로 그려낸 성장소설이었다면, 이번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는 군대 시절부터 삼십대 중반까지 그가 “세상의 밑바닥을 뒹굴고 핥고 빨고 깨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얻은” 잡범 딱지에 대한 연대기이다.

때는 아마도 93년께 문민정부가 막 출발한 그 즈음. 우유 배달을 하며, 지역 문학 잡지에 틈틈이 시도 지어 싣는 소시민 김호식씨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간다. 죄목은 폭행, 공무집행방해죄다. 대취한 채 길 가는 시민과 시비가 붙어 그들을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들까지 쥐어팬 것. 이야기의 뼈대는 그렇게 경찰서에 갇힌 채 담당 형사의 취조와 그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져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한겨레출판 刊,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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