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욱 포항 효자성당 주임신부
자유주의 사상의 원조로 불리는 존 로크는 헌정민주정치를 체계적으로 주장한 최초의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자유주의는 이후 독립 혁명의 밑거름이 되었고, 프랑스 계몽주의 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자유와 인권의 대변인 로크에게도 노예제도는 사각지대로 남습니다. `제2통치론 (1690)`에서 로크는 “모든 인간은 본성상 평등하다”고 선언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의지나 권위에 종속되지 않고 본성적 자유를 누릴 평등한 권리가 있다”고도 하지요. 얼핏 봐서 근사해 보이는 이 명제를 로크는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합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의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으니, 노예의 의지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이익을 추구해도 괜찮다는 비뚤어진 논리로 말이죠. 실제로 로크와 볼테르 같은 이들은 노예 무역을 통해서 상당한 돈을 법니다.

근대 교육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계몽주의자 장 자크 루소. 그는 온갖 사회 부조리를 힐난했지만 한 가지 불의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맙니다. 루소의 역작 `에밀`에는 오늘날 여성들의 눈으로 읽기에는 차마 민망한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이 상호 의존성이 평등한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남자 없이 살아남기가 힘든 반면, 남자들은 여자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여자들은 의존적이다. 따라서 여성 교육의 전 과정은 남자와 관련해서 계획되어야 한다. 남자들을 기쁘게 하고, 남자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며 남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얻는 일, 남자들을 기르고 돌보는 일, 남자들의 상담을 듣고 위로해 주는 일, 남자들의 삶을 달콤하고 상쾌하게 만드는 일, 이런 일들이야말로 여성 교육의 목표인 것이다.`(에밀·1762). 루소의 근대적 사상에서 여성의 권익은 예외로 남았습니다.

살아있는 인도의 정신으로 추앙받던 성자 마하트마 간디. 식민 치하 백성들의 고단한 삶에 다가서면서 크나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그였지만 유독 집안에서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 할리랄은 비폭력의 대명사 간디가 집안에서는 늘 평범한 아들을 무시했다고 증언합니다. `아버지가 결정하면 가족들은 희생한다`- 아버지 간디의 이런 가혹한 태도를 견디다 못해 할리랄은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끝내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비폭력주의자 간디에게 예외로 남겨졌던 부분은 자녀였습니다.

예외로 제쳐 두었던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더불어 살아가게 되는 것, 이것을 역사의 진보라 일컬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도 바로 이런 예외자들, 소수자들과 함께 하는데 소홀함이 없으셨습니다. 그분의 주위에는 세리와 창녀들이 끊이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먹보요 술꾼(마태 11·19)`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그분께는 `예외`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예외를 두고 계십니까? 여러분의 넓고 순수한 마음에 `예외`로 남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여러분은 `인간 대접 해 줄 필요가 없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고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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