志鬼라는 쌍사내가 말라 간단 말을 듣고
女王께서 `절깐에서 만나자`하신 건
그거은 열 번이나 잘 하신 일이지.
그래서 志鬼가 먼저 절깐으로 와
기대리다 돌塔 기대 잠이 든 것도
데이트꾼으로선 좀 멍청키야 하지만
大人氣質을 높이 사 봐주기라면
그 또한 百倍는 잘 한 일이고,
늦게야 절깐에 오신 善德女王이
이 志鬼의 이 大人氣質을 살며시 理解해서
마음 속이 엔간히는 흐뭇해져 가지고
그 팔에 낀 팔찌를 가만히 벗어
그 志鬼의 잠든 가슴에 얹어 준 것도
千 번이나 萬 번이나 잘 하신 일이지.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고 志鬼가
제 가슴에 놓인 고 女王의 팔찔 알아보고
발끈 지랄하여 불이 터져 나자빠지다니!?
「實力인 줄 알았더니 자발없는 것이라」고
女王께선 오죽이나 섭섭했겠나?
데이트꾼들 이것만큼은 注意해야 할 일이라고.
서정주 시집 `鶴이 울고 간 날들의 詩`
(소설문학사,1982)
나는 어제 이어 오늘도 미당의 연시(戀詩)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간다.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가 한창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왕이 된 여자, 선덕여왕은 지혜도 높았지만 그 용모도 대단히 이쁘기는 이뻤던 것 같다. 선덕여왕이 내민 사랑의 손길에 하나에 그를 사모하던 사내가 불에 타 죽었다는`지귀 설화`가`大東韻玉`8권에 전해져 내려오는 걸 보면. 서정주는 이 `지귀 설화`라는 고전을 차용하여 그의 사랑론을 재미나게 펼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