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는 LA 타임즈의 저명한 베테랑 기자다. 반면에 `나다니엘`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거리의 부랑자다. 그리고 두 사람이 우연히 조우한다. 더 정확히는, 스티브가 바이올린 연주에 이끌려 나다니엘을 찾아낸다.

한쪽은 독자를 감동시킬 특종이 절실하다. 다른 한쪽은 자신을 갱생시킬 조력자가 필요한지 모른다. 때문에 두 사람은 참 잘 만난 것 같지만, `솔로이스트`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그리 평탄치 않다. 어쩌면 완벽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방해하는 것은, 나다니엘을 괴롭히는 병마다. 바로 정신 분열증이다.

`솔로이스트`는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2005년 4월, LA 타임즈의 저널리스트인 스티브가 천재 음악가인 나다니엘에 관한 칼럼을 쓰기 시작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그 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고, 이번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처음에 스티브는 나다니엘을 보고선 탐탁하지 않은 특종감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음악적 재능에 매료돼 후원을 자청한다. 스티브가 쓴 기사의 반향은 거셌다. 어느 독자가 자신의 첼로를 보내오는 등 세상은 나다니엘을 향한 응원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나다니엘의 병마가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 그 후 이야기는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이자, 진정한 행복이 무얼까 하는 탐색이다.

쇼핑용 수레에 잡다한 물건을 싣고 다니는 나다니엘은 당장 지닐 수 있는 만큼만 가지면 된다고 말한다. 정신 분열의 훼방 속에서도 또렷하게 뱉어낸 이 말은 스티브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전하는 인생의 조언이다. 그리고 스티브가 나다니엘의 행복론에 기꺼이 동의할 때 뜻밖에 그도 과욕으로 고통받던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은 점차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소통해 가면서 인생을 놓고 벌이는 그들만의 합주를 차분하게 완성해 낸다.

영화는 우직하리만치 정직하게 끝맺는다. 나다니엘에게 가파른 인생 역전이 기다리고 있지도 않으며, 스티브와 나누는 우정을 넘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저 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보냈으며, 결국 그것은 두 사람을 변화시켰다고 얘기할 뿐이다. 그것만으로 `솔로이스트`는 제값의 감동을 전하며, 영화 내내 흐르는 클래식 선율은 덤이다.

스티브와 나다니엘의 액션과 리액션으로 채워가는 이 영화에서 두 주연 배우의 역할은 막강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제이미 폭스는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로 영화를 이끈다. 그 중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가 정신 분열에 걸린 주인공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연했다. 그로서는 또 한 번의 장애를 지닌 천재 음악가로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스티브와 나다니엘의 관계에 망원경을 들이미는 동시에 그들의 개별적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솔로이스트`는 현실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묘사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관계적 묘사방식에서 현실적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 넣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