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홍영일고 3
`Give & Take` 라는 말이 간명하게 표현하는 것처럼 일상에서 `주는 것`이란 언제나 `받는 것`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무언가를 건네는 오른손을 내밀 때, 무언가를 바라는 왼손도 무의식적으로 함께 나가는 것-그것이 우리 모두의 잠재된 사고방식이 아닐까. 특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당히 물질적인 부분에서 계산적인, 차가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따뜻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것. 이 부분은 아직도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고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계산된 것이라고 하는 금속성 짙은 논리를 펼치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지, `이기적 유전자`의 운반체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점점 싸늘한 빛을 발하게 되어가는 모습의 이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란,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활동이 아닐까. 나의 평소에 가지고 있던 편협한 생각, 이기적인 행동,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나` 중심의 가치관. 이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직 다른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 그야말로 추워져 가는 초겨울에의 난로와 같은 따뜻함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나의 그릇을 비웠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기는 것일까?

안동시온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활동의 난이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소록도보다는 훨씬 쉬웠다-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여유로운 활동 계획에 불만을 가졌다. `더 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주목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연말 TV 프로에서 소액 기부자들의 이름은 잠깐 스쳐지나가고 큰돈을 건넨 사람의 이름들이 화면을 메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처음의 생각은 세 밤을 지내는 동안에 바뀌어 갔다.

자신에게 맞게, 자신의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게 이번 봉사활동에서 여러 가지 화두를 갖고 있던 내가 얻은 모든 대답이다. 그 이상은 필요 없을 것이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좋아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그걸로 나의 모든 고민은 사라졌다. 지금까지 왜 고민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좋은 시간들을 보냈던 것이 떠오른다. 셋째 날 저녁도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날 밤은 그곳에서의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 관련 질문을 해오는 학생들에게는 친절하게 전부 대답해 주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는 이것도 봉사활동이니까.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했다. 매 순간 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시간들도 다시 보게 되었다. 하루 내내 장애우 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만 봉사활동이 아니다. 내 옆에 지금 있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베푸는-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주는 것이 그냥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비교도 안될 만큼 행복하다. 받는 것은 `기쁨`이다.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아침 이슬처럼 허무한 감정이다. 하지만 주는 것은 저 바닷물같이 오래도록 남는 `행복`을 준다.

일생 동안 그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나의 일생으로 그 물음에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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