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들은 수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형수 스토리 `데드맨 워킹`(1995년)과 사형수와의 사랑을 그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 등이 있었다.

영화 `집행자`는 생을 마감하는 날을 기다려야 하는 사형수 특유의 심리와 이와 관련된 인물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이다. 이 작품은 동일하게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최초로 교도관의 시선으로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루어 눈길을 끈다. 교도관의 시선으로 12년 만에 부활한 사형 집행 과정을 그리는 내용은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이 작품에는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이와 사형을 당하는 이, `죽임`과 `죽음` 앞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생생하고 짜임새 있는 묘사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교도관과 사형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끝나지 않은 때에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사형 제도의 존속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제비뽑기로 일당 7만 원짜리 집행자를 정하는 배경이나, `나는 이제 더는 못 죽이지만, 너희들은 앞으로 계속 죽이겠지`라는 연쇄 살인범의 마지막 말이나, 돈이나 원한 때문이 아니라 단지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집행자들의 처지. 그들의 갈등과 애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연민과 감정을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낸다.

고시원 생활 3년, 백수 재경(윤계상)은 드디어 교도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짓궂은 재소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되는 재경. 어리버리한 그에게 10년 차 교사 종호(조재현)는 “짐승은 강한 놈에게 덤비지 않는 법”이라며 재소자를 다루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간다. 재소자들에 군림하는 종호나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김교위(박인환)의 모습 모두 재경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어느 날, 서울교도소는 일대 파란이 인다. 지난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집행이 연쇄살인범 장용두 사건을 계기로 되살아 난 것. 법무부의 사형집행명령서가 전달되고 교도관들은 패닉상태로 빠져든다. 사형은 법의 집행일 뿐이라 주장하는 종호는 자발적으로 나서지만 모든 교도관들이 갖은 핑계를 대며 집행조에 뽑히지 않으려는 사이 사형수 장용두는 자살을 기도하고,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을 가진 김교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2009년 어느 날, 가로 2미터, 세로 4미터의 직사각형방. 그 곳으로 사형집행을 위해 되살려진 장용두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칠순의 사형수 성환. 그리고 교도관 재경, 종호, 김교위가 한자리에 모였다. 마침내 사형집행의 순간, 사형수들의 얼굴 위로 하얀 천이 씌어지자 묶인 두 발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관들의 마음도 죽어가기 시작한다.

감독은 전체적으로 교도관들의 사생활,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헤프닝을 너무 어둡지만은 않게 연출했다.

특히 중간 중간 배치된 웃음 포인트에 많은 관객들은 박장대소 까진 아니더라도 피식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또한 웃음 포인트가 있더라도 극 전체가 붕 뜨지 않고 무거운 추를 단 범선 마냥 전체적인 주제가 영화를 꼭 붙들고 있어서 영화는 큰 흔들림 없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감독은 말한다.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것보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지독한 아픔을 남기는지를 묻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