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용포철고 3
밥상을 치우고 흘린 음식물과 식기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이제 양치를 할 차례가 되었다. 목욕탕에 가니 칫솔마다 식구 분들의 이름이 다 적혀 있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 목욕탕으로 들여보내면 나는 치약을 묻혀서 양치를 해드리는데, 입을 벌리지 않는 분도 있고 양치를 다 한 뒤에 입안을 헹구어 낼 물을 그냥 삼키는 분도 있다. 또 양치를 하기 싫어서 이름을 불러도 이리저리 도망가는 마치 아기 같은 분도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의사 `다다`를 떠올리며 내 공부의 목적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혹시 베푸는 사랑의 마음과 보살핌의 따뜻함은 접어 둔 채 많은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의사를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작년 여름 하양의 한 작은 요양원에서의 하루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고 어두운 우물 속에 있었는가를 절감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불행을 사랑으로 감싸며 베푸는 삶의 아름다움을 체험으로 깨달은 하루였다. 이제 나는 고3이 되었다. 하지만 올 여름에도 나는 또 하루쯤 하양에 갈 것이다. 내 가슴 속의 희망이 소중하듯이 내 손을 마주 잡아 주는 그들의 가슴 속에도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별들이 등불처럼 환하게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 내년에도, 또 그 다음 언제까지라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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