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대학의 반값 등록금 정책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기됐지만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까지 잠잠하다가 야당에서 이를 이슈화하고 4·27보선후 여당의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정부여당이 황 대표의 돌출적 공론화로 혼선은 빚었지만 반값 등록금 실현에 접근하는 모습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결정 과정에서 너무 허둥대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민적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불만을 살 만하다. 그러한 모습은 대통령 공약을 임기 후반까지 아무런 검토작업 없이 지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우리의 미래가 걸린 대학 경쟁력과 관련된 중대한 정책에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너무 비싼 등록금 문제를 지적해 온 지는 오래되었다. 이를 표로 연결시키기 위한 것이 이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이었다.

공약 실현에는 대학측의 의지와 정부의 적절한 지원정책의 선택이 열쇠라하겠다. 정부의 지원은 국민의 혈세를 대학에 쏟아 붇는 것이고 대학의 의지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과 학과를 구조조정하면서 대학재단이 가지고 있는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일이다.

두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결단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OECD국가 가운데 등록금 비싼 순위로는 세계2위(미국 다음)로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대학들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물면서 대학의 경쟁력은 이들 국가들 가운데 거의 꼴지 수준으로 형편없이 뒤진다는 사실이 문제 해결의 긴박성을 말해준다.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데 대학등록금은 선진국 보다 비싸다는 것은 국민부담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가계마저 휘청거릴 정도라면 등록금 재앙이라 할 만하다. 더욱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경쟁력이 낮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경영자의 봉이 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 표출에도 아랑곳없이 대학측은 약 1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정부지원 없이는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 여당에는 중구난방식 발언만 난무하고 반값등록금 문제는 표류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두면 우리나라는 대학경쟁력의 저하가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고, 청년실업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가계부담은 갈수록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소비축소로 인한 경제성장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

정부는 반값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특히 공정사회 구현을 표방해 온 이명박 정부는 고액 대학등록금이 우리사회의 대표적 불공정 사안의 하나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 문제 해결없이 공정사회 구현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단 반값등록금 실시의 목표를 결정해 놓고, 재원염출 등 방법 문제는 정부와 국회, 대학, 학생, 학부모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와 객관성을 가진 기관의 대표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서 결정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둘러싸고 재원 염출과 관련한 감세 문제 등에 진보와 보수의 가치논쟁이 끼어드는 것이다.

대학의 등록금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나 재원염출을 위해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것 등이 보수정당의 가치와 맞지 않다는 일부 주장은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명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비상한 상황에서는 가치논쟁보다 더 시급하고 우선적인 것이 문제의 해결이다. 반값등록금도 우리 사회의 발전과 퇴보를 가르는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다. 가치논쟁에 앞서 실효성있는 방법을 찾고 과단성있는 결정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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