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바르게살기協 주선
한국온후 4년만에 면사포

“신혼여행 쑥스럽지만”
“도와주신 분 감사해요”

“우리도 이제 평범한 대한민국 신혼부부예요”

25일 오전 11시, 포항시 남구 대이동 UA컨벤션 예식장.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결혼 하객들로 분주하다. 700여명에 달하는 하객들의 표정은 여느 결혼식이 그렇듯 들뜬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다른 피부색, 낯선 언어의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날 15쌍의 다문화 가정 신혼부부들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친척과 친구들이다.

베트남 출신이라는 한 하객은 “한국에 결혼 오고 나서 알게 된 고향 언니의 결혼을 축하하려고 왔다”면서 “제대로 결혼식도 못 올리고 한국에 온 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예식장에는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중국 등 4개국 15명의 신부가 하얀 면사포를 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신랑은 모두 한국인이다.

이들은 바로 바르게살기운동 포항시협의회(이하 포항바르게살기협의회)가 주최·주관한 `다문화 모범가정 합동결혼식`에 참가한 15쌍의 다문화 가정 부부들이다.

이날 먼 고향에서 참석하지 못한 신부 아버지를 대신해 박상선 포항시개발자문위원회장 등 지역인사 15명이 대부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 대부의 손을 잡고 입장한 신부들은 활짝 웃거나, 때론 눈물지으며 자신의 신랑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을 옮겼다.

김정행 용인대학교 총장의 주례 아래에서 혼인서약을 마친 15명의 `오래된 신혼부부`는 모든 예식이 끝난 뒤 경주 대명리조트로 늦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신부 P씨(29)는 “지금 남편을 만나고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처음 면사포를 쓰게 됐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너무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서 “2살 된 아이도 있는 지금 신혼여행을 간다니 쑥스럽다. 도와주신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나도 남들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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