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봉화군 문수산 일대에서 송이버섯을 채취해 짭잘한 농외소득을 올리던 김모(49·봉성면)씨는 올가을 봉화송이의 실태를 이렇게 요약했다.
국내 농촌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수입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시적으로 생산되는 송이버섯은 농가소득의 주요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또 판매수익 또한 다른 작물보다 월등히 좋아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가 돼 왔다.
이에 따라 산림조합중앙회는 매년 송이입찰자를 모집하고 입찰희망자는 1천만 원을 예치해 등록한 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입찰자는 입찰한 송이를 소속된 회사에 납품하고 납품된 송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된다. 대부분의 입찰자는 송이철에 계약직으로 송이납품 회사에 소속된다.
이처럼 송이 생산에 농민 등 입찰자와 유통업자, 전문식당 등의 1년 수입이 좌우되는 현실에 불어닥친 흉작의 여파는 깊은 시름을 남기고 있다.
봉화읍에서 15년째 송이판매를 해온 권모(50)씨는 “6월송이(여름송이)가 작황이 좋아 가을송이도 기대를 했는데 송이가 없어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고 말했다. 또 권씨는 “수 kg씩 주문을 받는 판매상은 십중팔구 봉화송이가 아닌 타지 송이를 둔갑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봉성면 동양리에서 송이요리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구모(44)씨는 “올해는 봉화송이를 아예 구하지 못해 영덕, 울진 등 인근에서 송이를 구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송이 작황에 좌우되는 경북 북부산촌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매년 가을이면 송이 산마다 입산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형사처벌 등을 운운하는 살벌한 경고판이 곳곳에 나붙던 진풍경이 올해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봉화군산림조합 관계자는“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와 가을가뭄이 겹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가뭄에 대비한 관수시설 확보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광주·이상인·주헌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