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인만 사시는

오두막집

밤 깊어 도란도란

누가 왔을까.

들리다 말다

무슨 얘길까.

별밖에 없는

외딴 마을에

잠 안 오는 두 노인

하고 또 하는 소리.

이문구 동시집

`이상한 아빠1`(솔출판사,1997)

산업화와 도시화에 밀려난 농촌과 도시 변두리의 고달픈 서민들의 삶을 독특한 충청도 사투리와 구어체의 긴 문장으로 리얼하게 그려낸 작가 이문구. 명천(鳴川) 이문구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이문구 선생은`관촌수필`,`우리동네``매월당 김시습`같은 소설집을 펴내면서 한 편으로 동시집도 여러 권 펴냈다. 오래 전 `개구쟁이 산복이`(창작과비평사,1988)라는 동시집, 그리고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이상한 아빠1,2`(솔출판사,1997)를 펴내기도 했다. 위의 동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집에 내놓아도 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길이가 짧고 내용은 단순해 보이지만 위 시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하루하루의 도시 생활에 얽매인 성인들에게 고향집을 홀로 지키고 계시는 노모를 생각나게 하고 눈시울을 뜨겁도록 적시게 하는 어떤 시보다도 감동의 진폭이 큰 작품이다. “쉽고 소박하고 깨끗한 마음의 동시는 난해한 말과 지나치게 지적인 사상으로써 이루어진 성인의 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지적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잠 안 오는 두 노인/하고 또 하는 소리.”가 그립다. 아, 아버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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