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가을 들길에 핀 여덟 잎의 코스모스는 여러 가지 형태로 비유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때 마음속에 첫 연정을 품었던 담임선생님의 빨간 볼일 수도 있고, 이성에게 처음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고는 얼굴이 빨개져버린 사춘기 소녀의 얼굴일 수도 있겠다. 단 5행으로 처리된 김사인의 시`코스모스`에서는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빈 호주머니”로 비유되고 있다. 이는 곧 김사인 시인 자신의 모습이겠다. 그는 지난 80년대, 소위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기득권을 포기한 채 어두운 시대 현실에 불을 밝히고자 변혁운동의 최선봉에 서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다 그는 끝내 구속 수감되고, 최근 빈털터리로 다시 문학판에 들어왔다. 고향 가는 길가에 피어있을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고달프고 외로웠던 지난날의 회억(回憶)에 잠기는 시적 화자의 저 깊은 울음에 독자의 가슴은 그만 먹먹해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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