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사랑을 꿈꾼다

1979년에 살고 있는 영문과 여대생 소은(김하늘 분)은 지금 선배(박용우 분)와의 짝사랑의 환희에 젖어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기쁨을 함께하는 같은 과 단짝친구 선미(김민주 분)와의 우정도 날마다 새롭게 쌓여간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굴러 들어온 고물 무선기 하나.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어느 날 밤, 그 낡은 무선기를 통해 신기한 교신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저쪽 너머 어딘가로부터 아득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는 소은과 같은 대학 광고창작학과에 다니는 인(유지태 분)이라는 남학생. 소은은 그 낯선 남자와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기발한 발상`의 신파 없는 이색 멜로드라마

`무선통신`소재로 한 시공 초월한 사랑 그려

바쁘고 복잡한 2000년의 서울에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에 열광하고 있는 한 남자가 살고 있다. 광고창작학과 2학년생 지인. 그는 그에게 그토록 적극적인 여자 친구 현지(하지원 분)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언제나 미지의 공간, 미지의 사람과의 교신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은 낯선 여자로부터 교신을 받는다. 그녀는 같은 학교 영문과에 다니는 소은. 그는 그녀와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연일 이어지는 데모. 지금 소은이 서있는 맑은 날씨의 학교 교정은 최류탄 가스로 자욱하다. 소은은 아직 공사 중인 학교 시계탑 앞에 서서 데모 행렬을 보며 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약속시간은 벌써 2시간을 넘어간다. 그리고 얼마나 더 지났을까.

인은 인대로 학교시계탑 앞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소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학교 시계탑은 이미 완공된 상태. 그날의 어긋난 약속으로 각자 화가 난 둘. 그러나 둘은 다시 시작된 교신으로 지금 그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21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아주 먼 공간에서 교신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마치 마술처럼 무선통신을 통한 신비한 만남이 이어진다. 짝사랑의 고백과 우정에 대해, 서로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다른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사랑과 우정을 얘기하며 같은 마음이 되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움트는 그리움. 그러나 그들 앞에는 쓸쓸한 인연의 엇갈리는 운명이 가로놓여 있는데. 과연 그들은 1979년과 2000년의 시간의 간극을 넘어 실제로 만날 수 있을까.

영화 `동감`은 무선 통신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젊은 감성의 멜러물이다. `간첩 이철진`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장진이 각본에 참가했으며, 개봉 당시 기발한 발상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OST 앨범에는 피아니스트 김광민, 세계적인 첼리스트 신상원과 국내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 영화는 당시 전국 120만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성공을 거뒀다. 한국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멜로드라마의 틀을 가지고 있으나 통속적인 멜로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 눈물을 쥐어짜는 식상함과 과장으로 일관하는 신파가 없다.

또 시공을 초월하는 두 시대와 세대가 공존하고 교류하는 환타지가 있지만 어설픈 특수효과가 범람하거나 장황하지 않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따뜻하게 공존하면서 서로의 시간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전하고 있다.

올해 9월에 개봉한 일본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감독- 코나카 카즈야)도 함께 챙겨보며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