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이 결국 첫 `리콜`이라는 극약처방을 받았다. KTX-산천은 ㈜현대로템이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발한 시속 300km이상의 고속 열차이다. 국산화율 87%로 사실상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우리 국민들이 갖는 자부심은 적지않다. 이런 자부심을 반영하듯 이름까지 토종 어종인 산천어에서 `산천`을 따왔을 정도이다. 이런 KTX-산천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다 못해 제작상 결함 의혹까지 드러내 보인 셈이다. 코레일은 작년 3월 도입한 KTX-산천 2호차의 `모터감속기` 고정대 두 곳에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균열을 발견해 차량 운행 전면 중단조치와 함께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에 차량 전체의 정밀 재점검을 요구하는 사실상 `리콜`을 요청했다고 한다. 고속주행상태에서 모터블록의 동력을 제어하는 모터감속기가 고정대의 이탈로 떨어져 나간다면 탈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전에 발견돼 다행이긴 하지만 우리의 고속철이 자칫 사고철로 이미지가 심어질까 걱정이다.

코레일의 KTX-산천 리콜 요청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고속열차는 단 한번의 사고로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철저한 정비와 사고 예방조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데도 제작상 결함을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졌으니 충격의 강도가 이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일한 철도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독점적 지위라는 생각을 버리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세계 4번째 고속철 개발을 이룬 기술력을 원인 규명에 적극 활용해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마땅 할 것이다.

현대로템 측은 KTX-산천의 운행초기(2년) 고장률은 프랑스 TGV 등 선진국에 비해 낮고 대부분 단기간에 정상화할 수 있는 고장임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도 믿고 싶은 부분이다.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명쾌하고 납득할만한 원인규명을 통해 이번 리콜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코레일은 12일 KTX 운행을 대폭 줄이고 현대로템과 함께 대대적인 차량정비와 부품교체에 나설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늦으나마 다행이다. 기술적 협의를 통해 안전이 담보되는 세계 최고의 고속열차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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