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쪽 나도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땅이 두 번 갈라져도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하, 세상이 왕창 두 동강 나도 하마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이 가슴 두 쪽을 지금 쫘악 갈라보인다 캐도

참말로 당신은 내 맘 모를 깁니더

……

술 깼나 저녁 묵자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 2004)

`이 환장할 봄날에`라는 박규리의 첫 시집은 불자(佛者)인 내게 좀 특별나게 다가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집 속에 펼쳐진 그의 시적 언술의 여러 정황들로 살펴보건대 그는 절집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세상살이에서 받은 깊은 상처로 그는 세상을 버리고 전라도 어느 산속 작은 절의 공양주의 삶을 오래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빚어진 기막힌 삶의 비의를 조금씩 훔쳐보면서 나는 진저리를 쳤다. 위 시는 참 재미있다. 경(經)이 뭐 별거냐? 삶의 간절한 바람 그것이 바로 경(經)이다. 그렇게 박규리 시인이 말하는 듯 하다. 짧은 위 시는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점층적 어법으로 짜여진 1연이 설움으로 한(恨) 맺힌 지어미의 말이라면, 2연은 앞 말을 받아들이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어미를 조용히 달래는 지아비의 따스한 한 마디 말로 되어있다. 두 대화는 그 사이에 있는 문장 부호 “……”처럼 시간이 한참 흐른 후다. 세상 남자들이여, 지어미의 말이 가슴속에 쌓여 한(恨)이 되지 않도록 할지어다. 이 여인들의 한이 서린 마음을 바깥으로 불러내어 함께 할 일이다. 당신의 젖은 말들을 이 화창한 가을 햇볕에 널어 말려보면 어떨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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