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석 포항 기쁨의교회 담임목사
1979년 12월11일 테레사 수녀는 노벨 평화상을 받는 자리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어디에나 계십니다. 그는 우리 마음에 계시며, 우리가 만나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계시며, 우리가 주고받는 미소 가운데도 계십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출간된 `와서 나의 빛이 되어 주시오`(Come Be My Light)라는 책에는 그녀의 깊은 믿음의 고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신앙 선배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심과 갈등에 대해 고백하고 있는 이런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특별히 사랑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러나 내게는 침묵과 공허가 너무 커서 주님을 보려고 해도 보지 못하며, 들으려고 해도 듣지 못하며, 기도의 혀를 움직이고자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런 진솔한 고백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봐라 “봐라! 그녀도 의심하고 있지 않느냐-종교는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다. 하나님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녀의 고백으로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섣부른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깊은 영적인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평생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주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던 경건한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과연 조금의 의심도 없는 신앙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은 인생을 살면서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는 삶이 가능하냐고 묻는 것과 비슷할 것 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제자로 부름 받은 이후에도 계속 갈등하며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믿음은 예수님의 용납하시는 은혜 속에서 계속하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의심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는 하나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저버리고 부인하는 생각이나 행위를 의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심은 신앙의 여정에서 버리고 멀리해야 할 의심입니다. 그러나 의심에는 신앙의 울타리 안에서 의문을 품고 질문을 제기하는 성격의 또 다른 모습의 의심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신앙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이런 신앙적 의심을 배격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창자국 난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아야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겠다고 했던 도마의 의심이 바로 이런 종류의 의심입니다. 이와 같은 의심은 성숙한 믿음, 견고한 믿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질문도 고민도 없이 덮어놓고 믿는 맹목적인 믿음이 우선은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깊이 없는 수박 겉핥기의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깨달음을 간절히 찾고 구하지 않는 게으른 믿음일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약속을 진리로 믿고 가르칩니다. 때로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고 의심하는 부족한 믿음일지라도 하나님께서 그 연약한 믿음을 은혜로 용납해주시기 때문에 누구든지 믿는 자는 구원의 백성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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