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한 국내 농어업 분야 피해액 규모는 앞으로 15년간 총 2조3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만큼의 시장을 EU산(産) 농수산물에 빼앗겨 국내 농가는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FTA 발효에 따른 대책을 실행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예상 피해 규모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분석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로 인한 농수산업 생산 감소액은 매년 조금씩 커져 15년차에는 2천481억~3천1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앞의 수치는 한-미 FTA가 먼저 발효될 경우, 뒤는 한-EU FTA가 먼저 발효될 경우 한-EU FTA로 인한 피해 규모다.

15년차는 한-EU FTA에 따라 관세를 폐지하기로 한 품목은 대부분 관세가 폐지된 시점이다. 농산물과 수산물로 나눠보면 농산물이 2천369억~3천60억원이고, 수산물은 112억원 수준이다.

특히 농산물 생산 감소액 중 돼지고기, 낙농품, 양돈, 쇠고기 등 축산 분야가 94%를 차지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피해가 축산에 집중되는 것이다. 한-EU FTA 발효 1년차부터 15년차까지의 피해액을 누계하면 2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단체도 대응을 해나갈 것이고, 정부도 대책을 내놓을 것인 만큼 대책이 시행되면 추정치는 의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은

농림수산식품부는 7월부터 생산자 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한-EU FTA 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FTA 대책을 논의했다. 지향점은 국내 양돈·낙농·양계·한육우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단 시급하게 시행해야한다고 판단된 학교 우유 급식 지원 확대, 우수 종축 공급을 위한 원종돈 및 모돈 전문농장 육성 지원, 돼지열병 청정화를 위한 백신 지원 등 일부 사업 예산 958억원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지만 최종적인 대책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12월 말까지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EU FTA 협정문 정식서명 때 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축산 분야 대책의 윤곽은 그려졌다. 양돈의 경우 축사시설 현대화, 돼지 소모성질환 근절, 무병·우수 종돈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네덜란드나 덴마크 수준으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낙농산업은 장기적인 수급 안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쿼터제를 도입하고 국산 유제품의 내수 기반 확대를 위한 신규 제품 개발, 학교 우유 급식 확대, 낙농 체험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젖소 개량, 시설 현대화, 양질의 조사료 생산·이용 확대 등도 추진된다.

양계에서는 2㎏ 이상의 대형 닭 생산을 늘리고 폐사율을 줄여 생산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닭고기 수출 확대를 위해 도계장과 가공장의 위생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

한·육우(고기를 얻기 위해 살찌운 젖소)는 생산비·유통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종전의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육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 소비를 늘리기로 했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는 품목은 이미 있는 제도인 FTA 피해보전 직불금, 폐업 보상금 등으로 지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