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영경북도교육청 Hi-e 장학 집필위원
며칠 전 경북매일신문에서 `우리는 제2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제목의 포토뉴스를 보았다.

간호학생복을 단정하게 입은 대구보건대학 간호과 학생들이 촛불 한 자루를 들고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사진이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은 기본 이론교육을 마친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에 간호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일깨워 주기 위해 거행하는 성스러운 행사다.

지금처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던 1987년 10월 어느 날, 필자도 가족과 선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었다.

불 꺼진 강당에서 선배가 밝혀준 촛불 하나를 가슴에 안은 채 간호학과장님의 말씀을 듣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끄러움에 살짝살짝 눈물을 훔치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당시 우리 과엔 하고 싶은 공부를 뒤로 한 채 어쩔 수 없이 전문대학 간호과를 선택해 온 동기들이 많았었다.

필자도 그랬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교육대학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 석 자를 찾지 못했고 재수할 형편이 되지 못해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렇게 할 수 없이 선택한 간호과였기에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고 자퇴를 할까? 갈등도 많았다.

그러나 스무 살의 가을이 한창이던 그날, 80명의 동기생과 함께 촛불을 받아 들었던 그 `나이팅게일 선서`식이 마음을 새로이 다지게 만들었다.

원망과 방황으로 보냈던 지난 시간을 모두 지우며 간호의 참 의미를 가슴에 담았다. 그날 몰래 눈물을 쏟은 동기생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촛불이 하나 둘 켜지면서 어둠이 내렸던 강당이 환하게 밝아질 때 우리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큰소리로 외웠다.

그리고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가슴으로 간호하는 나이팅게일의 후예가 되리라 그렇게 예비 간호사로서의 마음을 굳게 다졌었다.

최근 간호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는 삶의 질이 높아진 현대인의 평균수명이 연장돼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건강증진, 만성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간호학과를 졸업 후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하면 100% 취업이 됨과 동시에 병원뿐 아니라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병원 간호사를 비롯해 보건소, 보건진료소, 교정기관, 소방서 등의 공공기관에서도 근무할 수 있고 보험회사, 제약회사, 의료정보회사, 의료기기업체, 일반기업체 의무실 등으로도 갈 수 있다.

또한, 대학 교수로 임용될 수 있으며 초·중·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할 수도 있다.

또, 해당 국가 간호사 면허증과 일정수준의 영어능력 및 경력을 갖추면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너싱홈, 간호학원 등의 창업도 가능하다.

간호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 많이 들어 지금도 귀에 박힌 말들이 있다.

바로 희생·봉사·사랑이다.

그 세 단어들은 반드시 가슴에 새겨서 실천해야 하는 간호정신이었다.

현재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거나 간호사의 길을 걷는 수많은 간호인도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통해 간호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을 것이다.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한 지 어느새 20년이 되어간다.

여러 분야 중 필자는 정신과 병동에서 간호사 경력을 쌓은 후 보건교사가 되었다.

비록 자신이 간절히 원해서 간호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 번도 이 길을 걸어온 시간들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아니 간호학을 통해 배운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 주위엔 따스한 간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수많은 간호인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을 때의 그 마음을 잃지 말고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희생·봉사·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다.

`백의의 천사`라는 그 수식어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