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하면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가 떠 올려 진다. 영국 최고의 지성인 아이리스 머독도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 이태영 박사도 치매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사회적 리더나 지성인들도 치매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치매는 환자 본인이 황폐화되기도 하지만 가족까지도 힘들게 한다. 이러한 치매가 나에게도 닥치면 어쩔 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하지만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방법이 있다면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 말년을 비참하게 하는 치매

치매란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유전 혹은 후천적 외상이나 질병 등의 원인에 의한 국소적인 손상으로 전반적인 정신증상을 일으키는 임상증후군이다.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 인지 등의 지적능력을 지나치게 감소시킨다. 이 때문에 직업생활이나 사회활동 또는 대인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되므로 매우 심각한 증상으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신경정신계질환이다.

2000년 89세 생일을 맞은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부인 낸시 여사로부터 축하키스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지 않는가.

▲ 지적 두뇌활동과 무관한 치매

소변을 본 남성이 성기를 내 놓은 채 지퍼를 잠거는 경우를 치매의 3대 증상중의 하나라는 유머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지나치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치매의 초기증상이라 하며 구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치매와 건망증은 분명 다르다. 흔히 책을 많이 읽거나 고스톱을 열심히 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적인 두뇌활동이 건망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치매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분석한다. 즉 활발한 두뇌활동이 인지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게 하지만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머리를 계속 사용한다고 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지나 친 뇌의 사용이 뇌를 소모하게 해서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모호한 상황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업무에 충실 한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걸리고 안 걸리고는 나이와 수명이 다르기 때문

치매의 발병은 예외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는 치매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어떤 전문인은 `조금 과장된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간은 모두 치매에 걸릴 수 있다`며 `나이 증가가 치매의 가장 확실한 원인이므로 걸리고 안 걸리는 것은 발병하는 나이와 수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70세에 치매에 걸릴 만한 상태의 뇌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이 68세에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했다면 `치매에 안 걸린` 사람인 것이다. 또 이 사람이 72세까지 살았다면 2년 동안 가벼운 치매 증상만 보이다 사망했지만 80세까지 살았다면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것이다. 이와 같이 치매는 나이에 따라 아무나 발병할 수 있다면 나이에 따른 위험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동일하게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치매가 더 빨리 생기는 사람은 `나이 이외의` 다른 위험인자를 더 많이 보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치매 예방의 시작은 성인병 예방에서 부터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주를 이루며 이 밖에 전두엽 치매, 루이체 치매, 알코올성 치매, 외상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치매가 더 빨리 생기는 이유 중에서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은 당연히 술이지만 음주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뇌의 혈액 공급 부족은 뇌세포의 신진대사를 더욱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일으키므로 혈관성 치매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이 역시 알츠하이머 치매에도 중요한 병리적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치매 종류와 상관없이 원활한 신진대사가 치매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치매든 잘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소식, 적절한 영양 섭취, 활발한 두뇌활동, HDL 콜레스테롤(소위 `좋은` 콜레스테롤) 증가 등의 생활습생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활습생은 성인병 예방의 생활습관과 같은 것으로 보면 치매 예방은 결국 성인병의 예방과 관리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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