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이 `나는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김윤규 한동대교수(52·사진) 는 포항에서 가장 왕성한 사회 활동을 펴는 교수다.

청소년 대안학교부터 결혼이주여성까지 여러 계층을 위한 활동으로 `울림`을 전한다.

이도 모자라 지난 6월부터는 아예 다문화 나눔터를 개소해 다문화 가정들을 위한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방황하는 아이들의 둥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뜻에 한동대 학생들이 공감해서 같이 청소년 대안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청소년 대안학교 준비모임을 만든 김 교수는 한동대 학생 43명과 함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둥지를 만들기에 뜻을 모은다. 이렇게 해서 1년여의 준비 끝에 2001년 탄생한 것이 청소년 자유학교.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가장 좋은 사회안전망인 새로운 교육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호평과 함께 각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2004년부터는 대안학교로 지정되어 위탁교육도 받고 있다.

그는 “`대안학교 없는 도시 만들기`가 목표”라며 “앞으로 비행 청소년들이 없는 지역을 만드는 과제가 남았다”고 했다.

청소년 자유학교는 김 교수의 부드러운 교육 방침과 교사들의 치밀한 교육방식으로 비행청소년들의 `둥지`로 자리매김해 왔고, 그동안 100명의 아이들이 중·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직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성인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답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여러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집에 틀어박혀 외롭게 청소년기를 보내는 그 아이들을 도와주면 내가 20살 인생을 다시 사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요”

청소년 자유학교는 경남 김해에 있는 합숙형 대안학교인 `샘터학교`등 다른 대안학교와 달리 전액 무료이다.

비행청소년들과 학교 부적응 학생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계층에 속해 있다는 현실에서 이 학교는 더욱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이젠 더이상 문제학생들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전문교육을 받으면서 달라지고 있고 교육재활의 의지가 점점 많아져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학업과 생활교정을 병행할 수 있어 재학생의 80% 가량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동이 고향인 김 교수는 어려서 가난했지만 “공부가 좋은”교수로 살아가면서 가난으로 인해 기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사랑의 손`을 건네게 됐다.

“정·반·합의 틀에서 보면 기존의 학교가 정이고, 반은 학교나 교육을 거부하는 것인데 교육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새로운 방법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건전한 아이들로 변화되어 가는 것 같아요”

2001년 그가 청소년 자유학교를 개교 할 당시 포항지역에는 연간 450명의 퇴학학생들이 있었다.

“사회가 돌보지 않으면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되고 말고 관심 없었지만 저는 그 아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20살이던 시절, 꿈에 부풀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 아이들은 깡패, 감옥, 폐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들의 인생이 속상하고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인생은 이때 결정되지 않습니까”

김 교수는 아이들과 탁구를 치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깡패로 절도로 학교에서 퇴학당하거나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사회 부적응아로 성장한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었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들에게 사회가 주는 편견과 차별로 오는 사회문제도 생각하면서 지난 6월 포항시 북구 동빈1가에 다문화 나눔터 `The World in Pohang`을 열게 됐다.

그는 우리나라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예의 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여성들은 오늘은 며느리 이지만 3대만 지나면 우리 후손들의 조상입니다. 1/7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녀들에게 한국에서 대접받고 자국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포항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외로움이나 채우지 못하고 있다.

고향음식을 맘껏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말과 명절을 자국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이야기 한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주여성들이 시집을 잘 왔다라고 생각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진짜 대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김 교수의 사비로 운영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주여성들은 아무 제약을 받지 않는다. 보통 가게처럼 `열려 있는 곳`으로 그녀들에게 통한다.

“하지만 면이나 읍 지역에 있는 여성들은 이곳으로 나올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좀 바쁘고 경쟁도 심하고 학력 떨어진다 하면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숙된 사회라면 신체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에게도 최대한의 배려를 합니다. 이주여성에게는 그런 배려 안하고 있는 것이 사실 입니다. 먹고싶은 것을 먹을 권리도 없습니다. 먼 타국까지 시집을 와 준 새댁들, 우리 자손들의 조상이 될 그분들에게 마음 놓고 말하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셔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기쁨을 나누며 함께 즐거워 해 주십시오. ”

`포항에 시집온 새댁들의 문화공간`을 모토로 그는 앞으로도 이주여성들에게 고국의 음식재료를 팔고 토속식품을 맘껏 요리해 먹을 수 있고 문화 동아리를 만들고 생활협동체를 구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곧 한국어 과정과 한국 문화 과정 등을 무료로 운영해 한국을 제대로 공부해서 고국에 한국을 자랑하고 나중에 오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고국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아이들에게 한국을 가르치는 `현모양처`들로 재교육 시킬 계획이다. 또한 한동대 봉사학생으로 운영하는 숙제 도우미학교, 방과후 알림장 읽어주기, 숙제 및 학습부진 학생 도와주기, `질문받는 학교`를 운영하고 한동대에 재학중인 동남아 출신 학생들로 운영되는 어머니나라 학교, 어머니나라 문화 배우기, 어머니나라 자랑하기, 아버지께 어머니나라 설명하기 등의 과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문화의 장점을 살려 국제적 인재로 육성하는 교육을 마련해 다언어 다문화의 장점교육을 실시하고 남에게 가르쳐주는 기쁨을 경험하게 하고 국제적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여성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성적 존엄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녀대로의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고 신체의 자유와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에게 받는게 아니라 사회적 존중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올해로 포항에 온 지 13년째 된다는 김 교수는 몇 해전부터 “포항을 품위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 잘츠부르크에 가면 거리악사들의 공연을 자주 만납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이들의 연주를 듣고 박수를 치며 행복해 하는 모습도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인상적인 모습이지요. 포항도 이러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많이 생기면 정말 품위 있는 도시, 모든 사람이 폼나게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것 입니다”

김 교수의 개인적인 꿈은 “좋은 아버지”이다. 아들로부터 “아버지 처럼 살고싶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보이지는 않고 대가를 받지는 않지만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돌보아 주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닮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인생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 이른바 잘난 사람의 사회, 잘난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보다 내 손이 조금이라도 가서 그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들이 삶이 가치있어질 수 있다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꿈을 밝히고 있다.

그의 인생의 주된 목표인 `좋은 아버지 되기`의 꿈이 어떻게 여물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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