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들이 선거법의 제재를 우려해 서민을 위해 당연시되는 시혜성 사업들마저 선뜻 나서지 못해 경기 불황의 막바지에서 이중의 생활고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말 2차 추경을 통해 확보한 10억원과 도내 23개 시·군비 10억원 등 모두 2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부터 올해 설과 추석으로 나눠 전통시장 내 저소득 상인에 대한 특별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경북도는 입안 당시 도내 전통시장 규모를 192곳, 2만2천여명으로 추산했으며 시군별로 포항시 2억5천만원, 구미시 9천900만원, 경주시 7천800만원, 안동시 1억3천600만원, 칠곡군 1천600만원 등을 지급해 영세상인 1인당 8만~10만원을 현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도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 설 이후 5월말까지 사업시행 결과 지급 현물의 적정성과 영세상인의 선정 기준은 물론 일부 지역 선관위에서 선거법 저촉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자 사업 중단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포항시는 전체 57개 전통시장 가운데 39개 시장의 상인 4천38명 중 1천400여명에게 총 5억원 가운데 2억8천만원을 현물 지급했으나 북구선관위가 개입하고 지급 방법 등에 문제가 지적되자 최근 계획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포항시는 이에 따라 죽도시장상인회 등을 통해 개별상인들에게 비닐봉투 등을 무상지급하던 것을 중단하고 지난 9월 30일부터 이달말까지 시장의 화장실 보수나 전선 정비 등 소규모 수선사업으로 전환해 남은 예산 2억2천여만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죽도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지자체 마다 예산을 시장 시설 수선으로 전환한 것은 당초 경북도가 내세운 영세상인 지원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 논란 가능성과 선관위의 개입을 의식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자체의 간부들도 특히 보조금 지원사업에서 복지기관이나 농어민단체 등 서민들의 수요가 있는 부문에서 예산 집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포항시의 한 국장은 “조례에 지원 근거가 엄연한 사업에서도 혹시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의식해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당장 선거가 코앞이 될 내년 설날쯤에는 불우시설 지원 마저 타격을 받아 소외계층이 엉뚱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북 북부권의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이 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지역 주력사업을 위한 시설 신축 마저도 반대 민원에 밀려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한다는 잡음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상주시는 최근 남원동에 축사 건축을 허가한 뒤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사업자의 사회적 지위나 친분 등을 부각시켜 사업 중단이나 포기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임재현·곽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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