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 길안면 20여곳 중 2~3곳만 활용
“탁상공론 사업으로 혈세만 낭비한다” 비난 여론

농촌 지역을 지나면 쉽게 볼 수 있는 농산물직판장이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잡초만 자라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어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직판장 시설은 대개 교통량이 많은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어서 타지에서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안동지역에는 길안면과 일직면, 와룡·도산면 일대에 이 같은 농산물직판장 30여개 이상이 들어서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농촌 도로변 농산물직판장 건립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세로 3m, 가로 6m 크기의 컨테이너로 세우는데 드는 1동당 비용 400여만 원 중 최대 70%를 시가 지원했다.

그러나 각 지역 영농법인 및 마을 주민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한 이 직판장의 대다수는 일 년 내내 사실상 휴업상태. 실제 사과판매 시기인 최근에도 주산지인 길안면 일대 20여개 직판장 중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는 곳은 두세 곳에 불과하다.

겨우 판매장으로 활용되는 두세 곳조차 활용기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해 투자에 비해 활용가치가 극히 낮다.

이 지역 한 주민은 “길안면의 교통량 등 주변 여건이 맞지 않고, 도매나 택배 등이 주된 사과판매 경로여서 직판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 같다”며 “농촌에 투자하는 건 좋지만 비효율적 사업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직판장은 잡초가 자라거나 파손된 채 텅 비어 있으며, 농기계를 세워두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년째 방치되다시피 한 직판장에 대해 안동시나 사용자 측이나 사후관리 및 활용방안을 고민한 흔적도 없다.

농촌을 지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시가 전형적인 `선심성 행정`으로 귀한 예산만 낭비했다고 꼬집고 있다.

안동시 담당자는 “농촌 직판장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부터는 직판장을 쉽게 설치하고 걷을 수 있는 몽골천막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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