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채근담에는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너그러워야 가족들이 화목하고 검소해야 살림이 풍족하다.” 그런 것 같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청렴함과 깨끗한 양심이 있어야 하고 가정은 이해심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 할 때 화목 할 수 있다. 최근 주말드라마 `솔 약국`이라는 드라마 가운데 추석명절날 음식을 먹고 아버지와 아들이 부엌 설거지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접대하고 집안일을 청소하는 주부들은 명절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이런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남자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첫째로 아름답게 활짝 핀 꽃이요. 두 번째는 아기의 웃음소리요, 세 번째는 부모님의 사랑이다. 일찍이 비스마르크는 많은 단어들 중에서 가장 부러운 단어 두 개를 지적하기를, 그 하나는 신사이며, 또 하나는 가정이라고 했다. 왜 가정이 그렇게 중요할까. 그것은 가정이 지상의 낙원인 동시에 인생의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평화 그 자체다. 행복의 보금자리이다. 인생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동양의 옛 성현들은 이 세상을 물건 만드는 공장과 전쟁터로 비유했다.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던 젊은이들이, 생존 경쟁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적과 싸우던 군인들이, 돌아갈 가정이 없다면 휴식할 안식처가 없다면, 그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그러나 나를 반겨주는 가정이 있다면 모든 외로움은 일시에 사라진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정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가정이란 내가 언제나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이고, 언제나 나를 반겨 받아 주는 공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꼭 떠나가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6·25 당시 어떤 부대장이 결혼한 군인 3천명을 불러 놓고 묻기를, “너희들 중에 내 주관보다는 아내의 주관대로 더 따르는 이는 이쪽에 서고, 아내의 주관보다는 내 주관대로 하는 이는 저쪽에 서라”하니, 아내의 주관대로 따르게 된다는 쪽에 가서 서는 이가 2천9백99명이고, 한 명 만이 자기 주관대로 한다고 저쪽에 가서, 서니 부대장이 묻기를 “너는 얼마나 고집이 세기로 이쪽에 와서 섰느냐?” 그 사병이 대답하기를 “아닙니다. 대장님 제 아내가 제게 부탁하기를 어제 제 아내의 꿈자리가 좋지 않으니 사람이 많은 곳에는 절대 가서 서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나의 유모 같지만 그 군인의 가정은 분명히 행복한 가정일 것이다.

성경의 십계명에도 제 5계명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다. 예수님도 공생에 30년 생활에서도 부모님을 모셨고, 십자가 상에서도 어머니 마리아의 여생을 제자 요한에게 부탁하실 만큼 효성이 지극하셨다. 성경 말씀 어느 한 곳에라도 부모님께 불효해도 좋다는 교훈이 없다. 부모공경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마음으로 평안함을 드려야 한다. 잠언 17장 1절에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 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리라.” 고 했다.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부모를 즐겁게 하는 효도의 진수다. 둘째로 생존해 계시는 동안 효도를 다해야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효도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할 수가 없다.

성자 어거스틴은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나무가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잠잠해 주지 않고, 내가 어머니에게 효도하려니 기다려 주지 않고 가셨다”고 탄식했다. 셋째는 형제간 우애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형제들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다. 결국 효도는 가족 사랑의 기초가 되며 화목의 디딤돌이 되며 온 가족을 사랑의 띠로 묶는다. 효도는 효도를 낳는다. 자녀의 자녀가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추석을 보내면서 느끼는 생각은 부모는 형제들의 만남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마음을 나누는 통로라는 것이다. 고향도 부모가 계실 때 고향인 것을, 문득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래가 마음을 울린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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