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생채기, 가족이란 이름으로 치유하다

2004년 남녀 간의 사랑을 긴 세월에 걸쳐, 그리고 슬픈 반전과 함께 그려낸 `노트북`이란 영화로 알려진 닉 카사베츠 감독이 연출한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과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가족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사랑, 그리고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존 큐`라는 영화를 통해 진한 부성애를 전달한 바 있고, `노트북`을 통해 젊음과 노년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바 있던 닉 카사베츠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더욱 그의 감성이 두드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맞춤아기다. 태어날 때부터 언니에게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등을 언니에게 주었다. 어느 날, 11살밖에 되지 않은 안나가 변호사를 찾아 간다. 다름 아닌 부모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영화는 언니의 치료를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라는 존재와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부모를 고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소설 출간 당시에도 실제로 많은 토론이 오고갔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시종일관 깊은 고민과 혼란스러운 생각들에 잠기게 해준다. 맞춤형 아기라는 소재, 부모를 상대로 재판을 하게 된 11살짜리 아이라는 설정에 대한 고민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본질, 그리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존재가 다름 아닌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무엇보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시선을 끄는 것은 영화 속에서 가족이라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원작소설의 출간 당시에도 많은 논란과 찬반양론을 불러 일으켰던 `맞춤형 아기`와 `부모를 고소하는 자식`이란 설정은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도 호기심과 함께 혼란을 줄 것이다. 자칫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고,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원작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자신의 감성을 십분 살려 낸 닉 카사베츠 감독의`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전형적이고, 진부할 수 있는 가족 소재의 영화를 색다른 느낌의 휴먼 드라마로 풀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억지스러운 설정과 과도한 이미지와 음악만으로 신파를 만들어 가기보다 일상적인 에피소드와 차분한 음악으로 진정성어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역시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지닌 매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다섯 식구 모두의 내면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전달하는 것은 바로 평범한 가족들의 일상과 추억이 담긴 에피소드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 오빠인 제시의 이야기, 케이트의 사랑. 세 남매와 두 자매 간 이야기 등 평범하면서도 추억 어린 에피소드들로 캐릭터들을 보다 인간적이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준다. 또한 어느 한 가지 사건이 아닌, 다양한 추억들로 엮어진 가족의 이야기는 더욱 큰 진정성을 안겨주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가족의 사랑, 그리고 이별을 너무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