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낳아서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가

저의 할머니보고 빙그레 웃다가

반가워라 옹알옹알

아직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뭐라고 열심히 옹알대고 있는 것.

그리고는

하늘의 바람이 오고 가시며

창가의 나뭇잎을 건드려

알은 체하게 하고 있는 것.

`미당 서정주 시전집 3`(민음사,1994)

시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서정주의 제14시집 `늙은 떠돌이의 詩`(민음사,1993)의 마직막 노래이면서, 민음사에서 간행한`미당 서정주 시전집`3권의 맨 마지막 시편이다. 미당이 노래한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이 뭐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냥 2연 10행의 이 짧은 시를 내밀 수밖에. 생명의 혈연(血緣) 저 깊은 곳에서 무작정 반응하는 생후 백일의 애기가 내는 “옹알옹알” 소리와 그걸 “알은 체하”는 우주의 기척을 접속부사 `그리고는`이라는 큰 다리가 잇고 있다는 것만 슬쩍 말해야겠다. 미당(未堂)이 저 세상으로 건너간 지도 벌써 십여 년이 다 되어간다. 그가 생전에 펴낸 시집이 모두 15권이었는데, 시집`늙은 떠돌이의 詩`는 미당이 79세에 펴낸 열넷째 시집이다. 미당의`서정주시선`이나`동천`에는 수록된 시편들도 좋지만 팔십 노() 시인의 이 해맑고 깊은 노래도 참 좋다. 내게서 좋은 시(詩)라면,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이 미당의 노래여서 앞으로도 자주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 시편들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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