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 포항시의원
일찍이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로 숭상받는 `탈레스`는 만물의 아르케를 신화적인 신이 아니라 자연적, 물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물`이라고 주장하였다.

물은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고체(얼음,눈), 액체(물), 기체(수증기)등 3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모든 동물의 세포와 식물의 조직과 광물의 결정에도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며, 더불어 분자식이 H₂O 로서 지구표면에 가장 많이 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물질 중의 하나이며, 인체의 70%도 바로 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지천에 넘쳐나는 물이지만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에는 물이 미래의 희귀재로 대두되고 머지않아 지난 세기의 석유에네지보다 더 소중하게 취급되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나날이 목말라 가는 지구에서 이제 물쓰듯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들린다.

이같은 말에 증명이나 하듯이 국가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잇달아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996년 가입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 이사회 기조연설에서 국무총리가 금융위기, 기후변화, 물 부족을 세계적 3대 위기로 진단하면서 녹색 성장 전략의 핵심을 지속 가능한 환경 확보로 규정하면서 물 문제의 심각성을 화두로 내던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이보다 훨씬 더 나아가 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이 직접 유엔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는 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관리감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계속해서 대통령은 체계적인 물관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화석에너지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물은 대체가 불가능하여 전 세계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물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도 대부분 홍수나 가뭄, 해수면 상승과 같은 물이 관련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물관리 국제 본부의 한국 유치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금수강산이라 하여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오천 년 역사의 상표처럼 되어온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물 부족 국가로 낙인되고 그중에서도 경북지방과 특별히 우리 포항시가 물에 대한 수준 높은 정책을 수립해야 할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가장 비가 적은 낙동강 수계의 안동댐, 임하댐 및 중추댐, 문경 경천댐 구간을 도수로로 연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나아가 4대 강의 수계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이나 경상북도 차원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물관리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포항지역에서는 이렇다한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또 변변한 대책조차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동남부 주요 수원지인 영천댐을 보유하고 물 문제에 있어 비교적 여유로운 영천시가 화북면 보현댐을 조성하면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에서 포항시의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 건설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화급한 사안이 아닌가 여겨진다.

언젠가 잠시 거론된 `상옥댐` 문제는 영덕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이러는 사이 포항 산단, 경제특구, 신항배후 공단조성 등 개발계획과 POSCO고급강 생산, 조강생산량 증대등이 잇따르고 있어 용수 확보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까지나 영천댐, 임하댐 등 남의 지방 물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형산강 취수장이나 소규모 저수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포항시가 지형적 여건상 대규모 댐 건설이 여의치 않다며 구체적인 수자원 종합 계획을 세우지 않은 체 시한조차 없이 상당기간 미루어 놓고 막연히 국가사업에 조속히 포함, 추진되어야 한다는 원칙만 고수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기실 `이명박 정부` 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4대 강 사업도 크게 보면 물 문제에 귀결된다.

이제 우리 포항도 관정개발, 노후관 개량, 정수시설 보강, 저수지 준설 같은 지엽적 문제나 영천댐, 임하댐, 형산강에 의존하는 수동적 정책에서 벗어나 물 문제 만큼은 백지 위에 새롭게 큰 그림을 그린다는 자세로 대규모 댐 건설 같은 거시적 안목의 정책을 입안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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