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는 자녀에게 우리나라 부모들은 주로 어떤 말을 할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차조심해라.”

아마 이런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노벨상을 많이 받은 민족인 유대인들의 부모는 어떨까? 이들은 선생님께 질문을 많이 하라고 주문을 한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미국 동부의 명문사립 W대 1학년 장모양은 입학 직후 한 교수의 지적을 받고 크게 당황했다. “수업 시간에 왜 질문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국내 특목고 출신인 그녀는 예습을 철저히 해 간 터라 “특별히 모르는게 없어서 그랬다”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다 알아도 궁금한 걸 찾아내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가 돌아왔다. 그녀는 “마땅히 물어볼 게 없는데 질문을 만들어 가는 것도 큰 고역”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수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찾아가며 하는 즐거운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다니면서 힘들게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같은 공부도 수동적으로 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해야 더 재미있고 창의력이 길러진다. 능동적인 공부는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질문에서부터 비롯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고 궁금증을 해결할 때 느끼는 기쁨을 맛볼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는 질문이 없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진짜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는 공부가 아니라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입시 위주의 양적인 교육을 하다 보니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질문을 많이 하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하는 토론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계속해서 같은 신문에 난 기사 내용을 더 살펴보자.

미국의 한 고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식 수업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입시학원 교사 최모씨는 최근 우리나라 고 2에 해당되는 한 학생의 에세이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수학과 다른 과목의 성적이 괜찮은 이 학생의 논리가 초등학생 수준이었던 것이다. 에세이 문제는 `창조는 언제나 모방 보다 좋은 것인가`였다. 그랬더니 “시험 도중 친구의 답을 베꼈더니 틀렸다”며 “경험상 남을 따라 하면 꼭 실패가 따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왜 (Why)`, `어떻게 (How)`를 물을 줄 모르는 한국식 평면적 교육이 빚어낸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한국 학생들은 순종을 미덕으로 삼는 유교문화에다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 한국에선 어떻게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을 뿐더러 질문을 하려 들면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다. 이 때문에 한국 학생들을 접해본 미국 교사들은 질문할 줄 모르는 수동적 태도와 평면적 사고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토론학습을 하려면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관점에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기 위해서 질문을 통해 주제에 대한 자기의 이해가 올바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올바른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 그래서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평소에 토론학습에 익숙해 있지 않으면 특목고를 나오고 미국 유학을 갈 정도로 공부를 잘 해도 장양처럼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의 창의성 교육은 학교에서 질문을 강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질문도 `무엇(What)`에 대한 것 보다 `왜`, `어떻게`에 대한 것이 많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질문을 잘 하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님들도 학교에 가는 자녀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차 조심해라.”라고 당부하기 보다는 다음과 같이 말을 바꾸어야 한다.

“오늘도 질문 많이 하는 것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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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지곡초 이용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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