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좀 사가소. 올해는 윤달이 하나 더 있어서 디게 다니더. 새댁은 내 요만큼 더 주께.”

재래시장에서 가장 큰 대목은 `한가위`다.

물론 설 명절도 있지만, 풍족하기엔 가을로 접어든 시기의 추석만한 것도 없다.

추석을 이틀 앞둔 1일 포항 죽도시장은 주차장부터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잔뜩 얽힌 차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뒤이어 몰려든 차들로 도로는 금세 북새통을 이룬다.

겨우 구석진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우고, 시장 안에 들어서니 갖가지 햇과일과 생선, 곡식 등이 밀알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유혹한다.

제수용품은 절대 가격흥정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혹시나 상인의 마음이 상해 하급의 상품을 꾸려준다든가, 괜한 시비로 조상을 대하는 경건함이 다칠까 우려해서다.

그래도 시장통인지라, 상인과 손님의 밀고 당기는 눈치싸움은 빠질 수 없는 재미다.

밤을 담는 상인의 손을 뿌리치고 기어이 봉투에 한 움큼을 더 집어넣는 사람, 조금 더 싸고 좋은 생선을 사기 위해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시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무리 꼼꼼히 따져보고 골라도 선뜻 물건값을 치르기까지는 또 잠깐의 고민이 필요하다.

너무 치솟은 물가 탓에 헐거워진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여름철 극심한 가뭄 때문에 가격이 지난해보다 껑충 뛰었다.

한 단에 3천원이던 시금치가 올해는 5천원을 줘야 하며, 2만5천원이면 네 식구 먹기에 넉넉했던 `돈배기(상어고기)`도 같은 양을 사기 위해 그 배를 지불해야 했다.

그렇기에 물건을 파는 입장도 마음이 편치 않다. 상인들은 “값싼 물건을 시원스럽게 팔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절의 설레임은 올해도 여전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 사람들 속에서 죽도시장의 웅성거림은, 간간한 웃음소리와 힘찬 목소리로 가득했다.

상인들도 경기불황 끝에 만난 대목에 오랜만에 인심이 난다.

조기 한 마리를 사자, 반찬거리를 하라고 챙겨주는 생선 머리며 뼈가 든 부속 봉투가 더 클 정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어머니와 딸 등 모처럼 가족들과 장을 나온 주부들도 음식장만의 부담 속에서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다.

주부 김순녀(54·포항시 남구 효자동)씨는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음식 장만을 하려니 벌써부터 한숨만 난다”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장을 보고 제수 준비를 마쳐놓고 보니 이제야 명절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