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문정희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이 시는 문정희 시인의 제16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이다. 인각사(麟角寺)는 경상북도 군위군에 있는 자그마한 사찰로 고려 충렬왕 때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각사(麟角寺)라는 이름은 절 앞 내(川) 건너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기린이 뿔을 얹었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전한다. 이 시의 제재는 인각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석불이다. 모양이 다 이지러져 가는 석불 한 분을 깊이 본 데서 문정희 시인은 `돌아가는 길(道)`의 진리를 발견한다.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말 속에 내재된 돌아감의 진리 그것 말이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는 순간, 마지막 흔적 속에 이루어지는 `완성`의 찰나를 훔쳐본 시인이 토해내는 그 말씀은 깊고도 그윽하다. 그것은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는 깨달음으로 정리될 수 있다. 끝내 우리가 돌아가는 그 길을 보려면 마음공부를 크게 해야 하리라.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타인에게 원한을 쌓지 않는 일에서, 나를 버리는 일에서 그 공부는 시작되리라. 정녕 우리는 돌아가야만 하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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