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

제일로 쓸쓸한 신발을 신고,

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

한 송이 코스모스 얼굴이 되네.

이 가을에 오신 손님 이 세상에서

또다시 저 혼자서 떠나서 가네.

뀌뚜리 울음소리 바지로 꿰고,

기러기 울음소리 웃옷을 입고,

흰구름의 벙거지 머리에 쓰고

또 떠나네 또 떠나 떠나서 가네.

옛날에 도망쳐온 흰말 한 마리

서성이며 헤매이듯이 또 떠나가네.

`미당 서정주 시전집 2`(민음사,1991)

이 가을에 오시는 손님은 누굴까? 가을이 빚어내는 서럽고도 고운 풍경을 가장 오래도록 깊이 들여다보고 그 기쁨과 아픔을 노래하는 사람은 아마도 시인(詩人)일 것이다. 나는 `이 가을에 오신 손님`으로 미당 서정주 시인을 모신다. 그가 70세에 펴낸 제11시집 `노래`(정음문화사,1984)에서 `이 가을에 오신 손님`이라는 시를 읽는다. 2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그의 다른 시들에 비해 형식미가 매우 정제되어 있다. 6행으로 된 각 연의 동일한 길이와 3음보의 동일한 각 시행들 그리고 앞과 뒤의 의미가 대응되면서도 점층적으로 확산되는 시의 구조가 한국 가곡으로 부르면 딱 그만이겠다. 서럽고도 고운 우리의 노래가 되겠다. “뀌뚜리 울음소리 바지로 꿰고,/기러기 울음소리 웃옷을 입고,/ 흰구름의 벙거지 머리에 쓰고” “한 송이 코스모스 얼굴”로 “이 세상에서/제일로 쓸쓸한 신발을 신고,” “또 떠나네 또 떠나 떠나서 가네.”의 주인공은 그 누굴까? 또 “서성이며 헤매이듯이 또 떠나가”려는 “옛날에 도망쳐온 흰말 한 마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승에서의 삶이 끝날 때까지 언어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한 평생 이 땅의 서정시를 써 온 `80소년 떠돌이` 미당 자신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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