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출신의 조재목(49)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정치지망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다. 대구·경북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정치전문 여론조사기관으로는 손가락에 꼽는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조사연구방법론에 관한 한 국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만큼 치열한 공부를 통해 정치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자부심으로 대구에 여론조사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를 세운 지 벌써 15년. 지난 2003년에는 서울에, 2005년에는 중국 북경에 별도 법인을 세웠다. 주로 외국계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여론조사업계에서 꿇리지 않고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스리서치는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기업 마케팅 분야를 더욱 키우려는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조재목 대표를 최근 새로 단장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회사 설립을 전후한 뒷이야기, 선거여론조사를 둘러싼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구·경북 여론조사 전문기관으로서 서울 사무실 확장·이전이 반갑습니다.

▲저는 1994년 대구에서 처음 에이스리서치를 설립해 15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2003년 1월 대구와는 별도로 서울 에이스리서치를 설립했죠. 이는 대구에서 성장한 기업이 돈을 번 뒤 서울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나름의 애향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법인은 2005년 북경에 사무소 개념으로 설립했는데, 앞으로 중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중국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에이스리서치에 근무하는 상근 직원은 15명이다. 그렇지만 비정규 계약직은 100여명을 넘어선다. 전화 여론조사나 면접조사나 모두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채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 사무실에만 전화부스가 60석 있고, 대구 사무실은 서울보다 더 커서 80석의 전화여론조사 부스가 상시운영되고 있다. 연간 매출은 15억~20억원 정도라고 했다. “일 년씩 계약하는 마케팅 조사부문보다는 단발적인 정치여론조사나 사회여론조사에 치중해 왔기에 매출규모가 크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는 “선거가 있는 해는 매출규모가 크게 변하니까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업계에서 에이스리서치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리서치업계는 기본적으로 자본력이 뒷받침된 외국계 업체가 톱을 달립니다. TNS나 닐슨이 1위와 2위를 다툽니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기업마케팅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기업비밀도 많이 다루니까,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지도 않구요. 토종브랜드로는 한국리서치나 갤럽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에이스리서치는 기업마케팅 부문보다 정치나 정책분야 조사를 많이 하다 보니 매출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15위권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가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리서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데는 사연이 있었다. 조 대표는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때 대구로 이사 와서 남산초등학교, 사대부속중학교, 영남고교를 거쳐 1988년 계명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어 1990년 계명대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를 취득한 뒤 박사학위를 위해 곧바로 프린스턴 대학 유학을 가려 했다. 그런데 그 해에 계명대에 처음 심리학과 박사과정이 생겼다. 학교에서는 “박사과정 1회 졸업생은 특혜가 있으니, 유학은 안 가도 교수가 될 수 있다”고 설득을 했고, 그 말에 대학교수가 꿈이었던 조 대표는 그냥 눌러앉아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비사특별장학생으로 전면장학금까지 받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지도교수와 사이가 벌어져 학업에 열중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조 대표는 1994년 학교를 나와서 에이스리서치를 설립해 리서치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정치 여론조사를 처음 한 고객은 누구였습니까.

▲최초 고객은 대학 다닐 때 문희갑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때로 기억합니다. 정치여론조사로는 그때가 처음이었고, 회사를 차린 후 본격적으로 한 것은 얼마 전 돌아가신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 선거 때입니다.

-정치 여론조사를 하는 동안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 달성군에 자리 잡게 된 데는 제가 일조를 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당초 박 전 대표는 경북지역 보궐선거에서 문경·예천에 내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구 달성군에 상대후보가 당시 실세였던 엄삼탁 전 병무청장이 내정되면서 적수를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당시 대구 지부장이었던 강재섭 전 대표가 이를 두고 고민하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문경·예천에 내정돼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달성에 냅시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엄삼탁 후보에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생각됩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강 전 대표가 이를 허락했고, 여론조사를 해 보니 과연 박 전 대표가 이기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대구 달성군, 문경·예천에는 당시 문경전문대 학장인 신영국씨가 공천됐고, 의성에는 정창화씨가 공천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보궐선거에서 모두 이기는 결과를 연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해 있었던 18대 총선도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 후보의 출현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웠는데, 어땠습니까.

▲당시 수도권과 대구·경북지역 총선의 선거결과는 모두 예측 가능했습니다. 차이가 크게 나타난 곳은 박근혜 효과가 더 나온 지역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처음 친박연대나 친박무소속 연대후보들은 그리 선전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되는 투표 7일 전까지도 그런 양상을 보이다가 막판 3,4일을 남겨두고 여론조사결과가 뒤집어진 겁니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은 막판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으니, 뒤집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론조사를 했던 후보들은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정치여론조사 가운데 어떤 선거가 여론조사 결과와 잘 들어맞는지요.

▲여론조사로 선거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대통령선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경선결과나 본선 선거결과 모두 1% 이내 오차로 맞췄으니까요. 그다음이 광역자치단체장,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입니다. 제일 어려운 게 국회의원 총선입니다. 총선의 경우 그때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막판 뒤집기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궐선거는 결과 예측이 매우 쉽습니다.

-그러면 지난 4월 경주지역 재보선은 어떻게 된 겁니까. 여론조사가 상당히 빗나가는 바람에 말들이 많았는데요.

▲당시 경주지역 재보선 때는 한국 유수의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이 모두 틀렸습니다. 이런 경우는 해석도 어렵습니다.

갤럽의 경우 한나라당 정종복 전 의원이 12.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일간지 자체조사에서도 14%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래도 9.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결과와 제일 작은 오차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결과가 빗나갔으니, 조사전문가로서 뭐라 변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국을 끓이는 데, 국 맛을 보기 위해 다 먹어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 맛을 보려면 국을 잘 섞은 뒤 떠먹어봐야 국맛을 알 수 있겠죠. 그런데 경주지역의 경우 이 국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즉 성실히 응답하지 않으려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 저도 현지에 가보니 분위기는 한나라당이 불리한 것 같은 데, 여론조사결과는 여당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니 그대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죠.

-여론조사 전문기관 대표로서 보람은 어떤 것입니까.

▲정부 정책이나 지역 현안문제에 대한 조사에 여론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지역민의 여론을 응집하는 역할을 할 때 보람이 있죠. 또 어떤 정책이 여론조사를 통해 사전적으로 맞을까 어떨까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맞는 정책인지 아닌지를 알려주고, 해결책도 제시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순기능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정책실행 평가도 가능하죠. 결국 여론조사는 국가나 자치단체 운영에 꼭 필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가올 19대 총선을 전망한다면.

▲지역구도가 많이 완화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영남과 호남이 갈라져 있었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완화될 것이고, 19대 총선에서는 더욱 완화돼 후보의 능력위주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입니다. 나라발전을 위해서도 후보능력 위주로 뽑는 그런 선거가 되길 희망하기도 하구요.

-대구·경북지역민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여론조사는 DM이나 방문판매와 같이 영리목적이 아닙니다. 즉 여론조사와 마케팅은 구분돼야 한다는 겁니다. 여론조사 요청이 올 때 성실히 답변해주시면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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