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컬처노믹스` 시도
퇴계선생도 `빙그레` 웃겠네

【안동】 도산서원이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뒤 외국인 등에도 참배를 허용(본지20일자 10면 보도)한데 이어 향사례의 복잡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등 끝없는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퇴계 선생이 유생들을 교육했던 도산서원은 오는 29일 퇴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향사례를 앞두고 대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435년 만에 일반인 참관을 허용하고 향사례를 올리는 시간도 지난해까지 고수했던 축시에서 오전 1시까지의 전통을 오전 11시로 완전히 바꿨다.

또 모든 제관들이 향사례 사흘 전이나 이틀 전에 입재하던 전례를 시대흐름과 후학들의 교육 효율성을 고려해 하루 전 입재로 완화했다.

해마다 춘추 중정일에 거행됐던 향사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엄격한 통제 속에 2박3일 일정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돼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크게 간소화되고 규율이 완화된 향사례는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는 한편 젋은 세대에게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산서원은 조선시대부터 428년간 이어진 금녀의 벽을 지난 2002년 전국 전통서원 가운데 최초로 허물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개설해 군인, 공무원, 교사, 학생 등 1만4천50명이 선비문화를 체험했다.

특히 경희대 유학 외국학생, 일본 규슈 정행사 신도, 하버드대 대학원생 등 다양한 계층이 찾아 선비정신을 체험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7일 향토음식 개발사업에 따라 `퇴계 정식`품평회가 열렸고, 퇴계선생과 두향을 소재로 한 `450년 사랑` 공연도 인기다.

이처럼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의 철학과 삶을 박제화하기보다 상품화, 대중화하면서 이른바 `한(韓) 문화 컬쳐노믹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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