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완성차 업계 울고 철강·항공업은 웃는다
수입 많은 기업 `수혜`·수출 업체는 `비상`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가 비상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년 만에 1천100원대로 주저앉았으며 내년에도 1천100원대가 될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는 수출대비 내수가 많아 원화강세의 수혜업체로 부상하고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와 자동차업계는 환율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완성차업계 매출악화 비상

수출비중이 60~80%에 달하는 자동차업계는 매출악화를 우려하며 비상이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각각 1천200억원, 800억원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원가나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는 판매가를 내려 시장을 넓히거나 현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늘릴 기회를 잡게 돼 국내 완성차업계로서는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전자업계 리스크 관리에 총력

전자업계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데다 세계 각지에 생산체제를 구축해 놓아 환율 변동에 다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준에 이르렀다며 당장 위기상황은 아니란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약세였던 올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전분기 대비 5%가량 원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손익효과는 1천200억~1천300억원 정도에 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LG전자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천100~1천200원 수준으로 보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환율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에 전력하고 있다.

◇철강, 항공업계는 반색

포스코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를 100% 가까이 수입하지만 매출에서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2대 1 정도로 내수가 더 크기 때문에 원화강세의 수혜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연간 지출비용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항공유 구입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지사 운영비 명목으로 나가는 외화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되는 재무제표는 그만큼 좋아진다.

원화가치가 연평균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 내년에도 1천100원대 예상

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 배경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원·달러 환율은 최근보다는 완만한 속도로 하락할 것”이라면서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1천281원으로, 내년 환율을 달러당 1천130원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액은 줄어드나, 조선업체의 신규 수주가 늘어 달러화 공급우위 기조 유지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정책 당국의 외화유동성 회수가 거의 완료되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대외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약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대내적으로 달러화 공급우위 기조는 지속되나, 올해에 비해서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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