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 담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

`악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격렬히 발버둥치는 생존본능

`트럭`은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2007년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권형진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트럭 운전사 철민(유해진)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온다. 심장병을 앓던 딸이 중태에 빠진 것이다. 당장 수술비 6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철민은 최후의 수단으로 도박판에 끼어들지만 오히려 트럭까지 내주는 상황에 처한다. 자신을 사기 도박판에 빠뜨린 자를 쫓던 그는 조직폭력단의 두목이 여러 명의 사람을 죽이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시체를 몰래 처분하는 일을 떠맡게 된다. 딸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산골로 향하던 그는 사이코 연쇄살인범 김영호(진구)를 태우게 되면서 더 커다란 위험에 빠진다.

차려놓은 재료로만 판단한다면 `트럭`은 꽤 먹음직스런 스릴러영화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순박한 주인공, 검은 함정과 불가피한 상황, 그리고 여기에 덧씌워지는 또 하나의 올가미까지, 요리하기에 따라 이 영화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갖춘 짜릿한 오락물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악의 늪속으로 빠져드는 주인공이 그곳에서 벗어나오기 위해 격렬히 발버둥치는 모습은 진한 자극과 카타르시스를 주게 마련이다.

`연쇄 살인마의 피의 잔치`

지독한 광기 품은 살인본능

그러나 가장 앞서 눈에 들어오는 결함은 우연성이라는 요소가 이야기의 중요 매듭마다 배치됐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극도의 긴장감과 흥미가 발생하는 중차대한 순간에서 우연을 남발한다. 화물칸에 피가 흥건한 시체들이 쌓여 있고, 조수석에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탄 이 트럭이 경찰의 엄중한 검문을 받는 숨막히는 상황조차 안이한 해결방법 때문에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 영화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각 장면들이 의미화되지 못한 채 산만하게 배치됐다는 점도 흠. 영호의 주관적 진술 장면이나 샛별(이채영)의 돌연한 등장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거나 서스펜스를 증폭시키기보다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 이유야 어쨌건 악과 내통했던 철민에게서 파우스트의 딜레마를 느낄 수 없게 하는 마지막 장면도 수긍하긴 어렵다.

그리고 캐릭터의 설명 부분에 있어서도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상황의 유해진과 달리 진구의 경우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그토록 지독한 살인마가 되었는지 대한 연결고리가 더 깊이 있게 드러났더라면, 간혹 보이는 진구의 눈물고인 연기에 대한 이해의 정당성과 다양한 감정의 호흡이 뒤엉키며 그의 광기에 더욱 힘을 실어 주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다소간의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하더라도 `트럭`은 전체적인 합으로 보면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꽤 괜찮은 스릴러가 된다.

`트럭`은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보고나서 가슴에 돌덩이 몇 개가 얹힌 듯한 무거운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아마도 가족의 사랑에 기반을 두고 이끌어 나가는 처음과 마지막의 이야기 구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 세고, 더 하드하며, 복잡해서 머리를 쓰며 반전을 원하는 관객의 기호에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스릴러로서의 기본인 스릴감은 분명 잘 갖추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