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포스텍이 부산의 저축은행에 5년 만기 연 12% 수익을 조건으로 500억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500억의 투자금 중 얼마를 손해 볼지 알 수 없지만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그 저축은행의 향후 처리방식에 따라 자칫하면 투자금을 날릴수도 있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없다.

500억이면 얼마나 큰 돈인가. 대학등록금을 1년에 1천만원이라고 하면 학생 5천명이 내야할 돈이다. 아무리 재정이 튼튼하고 대학운영 기금이 많다 해도 한 해 3백명을 신입생으로 뽑는 포스텍의 학생정원을 생각하면 500억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학교법인 포스텍이 투자할 당시 그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은 다급한 처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금리 시대에 연12% 수익이 가능하겠는가. 연 12% 수익은 금융기관이 정상적인 경영상황이라면 생각 못할 높은 수치다. 일반은행의 적금 이자가 연 3~4%인 점을 감안하면 3~4배나 높다. 여윳돈만 있다면 누구든지 구미가 당길만하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자. 자본주의 사회에 공짜가 어디 있나. 높은 수익을 줄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한다. 포스텍이 투자할 당시 그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자본을 수혈해야할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급전에 따른 고수익지급 부담보다 은행의 건전성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그러다보니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고수익 보장 부담을 안고라도 급전을 써야할 상황에 몰렸다고 봐야한다. 포스텍은 고수익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투자결정전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다. 더구나 투자를 알선한 사람이 포스텍의 기금운영자문회 위원이고 자산운용사 사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저축은행의 임원들과 학연으로 얽혀있다니 더 할말이 없다. 결과적으로 기금운영자문위원이 포스텍을 위험한 투자로 이끌어간 셈이다.

포스텍이 어떤 학교인가.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이 아닌가.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포스텍의 학교기금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역의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포스텍에 발전기금 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기꺼이 동참했는데 이런 소식을 들은 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 착잡함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포스텍은 이제라도 세계적 대학수준에 걸맞는 기금관리시스템을 마련해 다시는 이 같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발전기금을 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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