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선사 확보 등 장기적 과제 실현 시급

배후단지 활성화·입주기업 유치도 박차가해

지난 1998년과 올 7월 각각 개항한 광양항과 울산항이 겪고 있는 고전은 컨테이너항만의 성공이 항만 운영 주체의 자체 역량과 국가의 정치적 변동, 국제 무역 판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목표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중순까지도 컨테이너선이 한대도 입항하지 않은 울산항은 영일만항이 초기 물동량 확보를 위해 쏟은 그간의 노력을 짐작케 하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영일만항은 항만의 성패에 큰 관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초기 물동량 확보에 전력을 쏟은 결과 통상 일정 규모의 화주를 확보하고 있는 선사들이 먼저 항만 이용을 협의해 올 정도로 그간의 마케팅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겪을 개항 초기의 불가항력적인 어려움을 제외하고도 여러 부문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영일만항이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일본 서해안 등 환동해권에 대한 물류 경쟁력 우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환동해가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의해 역사적으로 긴장이 형성돼 이 권역 도시들이 낙후된 결과 현지 항만의 물동량 부진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특히 중국이라는 구체적 대상이 있는 인천과 평택항 등에 비해 환동해권은 마치 실체가 없는 신기루와 같다는 비관론 마저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전문가들은 아직은 언젠가 도래할 환동해권 시대를 조용히 기다리는 자세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유럽 등 원거리 노선의 유지를 위해 운임조건이 유리한 대형 선사를 확보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의 실현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포항철강공단의 업체들 부터 여전히 영일만항 이용의 손익을 저울질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포항시와 포항영일만신항주식회사 등이 서둘러 해답을 내놓아야 타 지역 화주들을 불러 모으는데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배후단지의 조기 조성 및 입주기업 유치 문제도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배후공단은 항만에 자체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만큼 적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영일만항 배후의 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용한리 주민 등의 민원으로 인해 지연된 데다 지난해 2월 4산단에 1조2천원을 투자키로 포항시와 MOU를 체결한 KUP 투자그룹 등 상당수 업체도 사실상 무산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포항시가 태창철강과 현대중공업 등 MOU를 철회한 업체들을 대신해 입주케 함으로써 항만의 일반화물 물량을 늘이는 방안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항 초기만 놓고 보면 포항은 광양과 울산 보다는 낫다고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환동해권 경쟁력의 장점이 실현될 때 까지 배후단지 활성화와 직항로 개설, 잠재적 경쟁항인 마산 등과의 경쟁 전략 등 대안 마련에 시기를 놓친다면 정부가 과거 포항의 항만 규모를 거듭 축소했던 정책 결정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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