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 되면 2009년 8월 31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하루가 되어 모두의 기억 속에 과거로만 남게 될 것이다.

달력을 바라보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자꾸만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득 `마지막`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난다.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 사형수 아빠와 윌슨병을 앓는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마지막 선물`, 그리고 카네기멜런대학교의 고 랜디포시 교수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어릴 적 꿈을 성취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던 동영상 `마지막 강의` 등.

그렇게 `마지막`이란 단어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다시 새기며 오늘 하루도 귀한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처럼 정성을 다하고 싶다.

며칠 전 소포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그 안에는 `내 아이, 큰 인물로 키우는 101가지 지혜`라는 책 한 권과 정년퇴임을 알리는 인사장이 들어 있었다.

“저는 오늘 8월 31일자로 정년퇴임을 합니다. 교단 41년 6개월은 너무 행복했으며 참으로 보람 있었습니다. 그간 귀하께서 보내주신 각별한 지도와 성원에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경북교육청의 한 일원으로 부르심에 감사하며 언제나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근무해 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상북도교육연구원 김상수 원장님의 퇴임 인사말은 항상 축복이 가득 차고, 넘치고, 흘러가서 긴 강을 이루고 큰 바다를 이루길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끝맺음하고 있었다.

그분은 퇴임식 대신 울릉 천부초등학교를 찾아가 직접 작사한 교가를 선물하고 `우리 땅 독도`를 주제로 마지막 수업을 하셨다. 그것이 바로 41년 6개월의 교단생활을 갈무리하는 퇴임식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었다.

백지 한 장을 가득 채운 인사말과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평소 그분이 걸어오신 발자취가 그대로 전해졌다. 끊임없는 교육애로 경북의 구석구석에 쏟으신 열정을 이젠 가까이서 느낄 수 없으니 안타까움이 더 하다.

오늘은 오랜 세월을 오직 2세 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많은 분께서 정든 교직을 떠나시는 날이다. 지금 그분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필자의 경우 그분들에 비하면 살아온 날들이 얼마 되지 않기에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새내기 교사로서 첫 출발을 하던 날의 설렘, 첫 제자로 만난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날들 속에서 그들을 사랑하게 된 시간들, 그렇게 오직 한 길만을 고집하며 2세 교육을 위해 바쳐온 열정의 날들을 듣고 지켜봤기에 모두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시는 그 길이 더 없이 영광스러워 보인다.

날려 보내기 위해 새를 키운다는 `스승의 기도`에 나오는 말처럼 오늘 정년퇴임 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 오랜 교직 기간에 정성과 사랑으로 곱게 키워 날려 보낸 새들이 얼마나 많을까?

오늘, 그분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으로 회고사를 하시고 소중한 새가 되어 날고 있을 제자들을 키우셨기에 축하의 마음으로 기쁘게 보내드리고 싶다.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건축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풍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풍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교단에 서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해 온 열정의 시간들은 모두의 마음에 잊지 못할 선물로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경북교육청의 부름을 받아 감사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언젠가 현재의 자리에서 떠나게 되는 날, 난 마지막 선물로 무엇을 주고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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