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 시선집 `내 사랑 샤에게`(글누림 펴냄)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의 시를 함께 실은 이 책은 2000년 홍콩에서 출간된 `류샤오보 류샤 시선` 중 류샤오보의 시만 골라 번역한 책이다.

중국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인물인 류샤오보는 지난 2008년 민주화 요구를 담은 `08헌장`발표를 주도했다가 11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류샤오보의 투쟁과 문학은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과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류샤오보의 시 85수와 `08헌장`·`나는 적이 없다-나의 최후 진술`·`나의 무죄 변론` 등의 글은 모두 6·4 투쟁 정신에 입각해 있다.

류샤오보는 중국 당국이 197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개혁·개방 책이 인간의 권리를 박탈하고 인성을 부식시키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해온 재난의 과정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자유·평등·인권이라는 인류 공통의 보편 가치에 바탕을 둔 민주·공화·헌정의 현대 정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당 독재의 특권을 없애자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권을 돌려주자는 정치 개혁을 요구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민이 권리를 가지고(民有), 국민이 다스리며(民治), 국민이 권리를 향유하는(民享), 자유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나의 무죄 변론`

6·4 피의 참극에 대한 류샤오보의 분노가 그의 시의 출발점이라면, 그의 아내 류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은 그의 시의 모든 것이며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6.4 추모시를 제외하고 그가 쓴 모든 시의 제목에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작은 제목이 달려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류샤오보의 모든 시는 아내 류샤에게 바치는 애정시이다.

“지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

그대의 손발을 녹여줄 수 없다

그러나, 그대에 관한 기억은

모두 빙설(氷雪)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대는 줄곧 추위에 떨고-추위에 떠는 작은 발에게`

일찍이 루쉰은 지명수배자로서 살아가는 자신과 아내 쉬광핑의 사랑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말로 비유한 적이 있다.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편에 나오는 이 말은 매우 처절하고도 슬픈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가슴 아픈 내용은 이렇다.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 위에 서로 함께 놓이게 되는데, 입으로 습기를 서로 불어주고 작은 물거품으로 서로 몸을 적셔준다.”

류샤오보와 그의 아내 류샤와의 사랑도 `이말상유(以沫相濡)`라는 성어보다 더 적절한 묘사의 어휘를 찾기가 어렵다. 앞의 `시서(詩序)`에서 저우중링(周忠陵)이 지적한 것처럼 아내 류샤에 대한 류샤오보의 사랑은 너무나 섬세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그대는

하느님의 손아귀에서

꿈을 받길 갈망한다

하나는 초콜렛이 녹아내려

기억의 꿈이 되리라

또 하나는 눈물이 흘러내려 애도의 꿈이 되리라….” -`하느님의 손아귀로부터-아내에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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