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시절 `DJ의 복심`
마지막 길까지 묵묵히 지켜`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나타났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중히 모시겠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사진>이 지난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공식발표하는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DJ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 의원은 영면의 순간까지 곁을 지킨 `영원한 비서실장`이 됐다.

DJ 퇴임 후에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박 의원은 DJ가 지난달 13일 입원한 뒤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와 병원을 오가며 병상을 지켰고 눈을 감는 순간도 함께했다.

당 대변인 시절부터 새벽마다 동교동과 일산의 DJ 자택을 찾아 수첩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며 성실함을 인정받았던 그는 누구보다도 DJ의 의중을 잘 아는 `DJ의 입`으로 불렸고 참여정부 들어 대북송금 특검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4.9 총선으로 정계에 복귀한 뒤에도 매일 동교동 사저를 찾아 정국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정도였다. DJ는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 무소속 출마한 박 의원에게 부인 이희호 여사를 보내 지원유세를 펼쳤고 당선되자 본인의 일처럼 기뻐했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보냈다.

그는 DJ 서거 후 의료진과 함께 공식 브리핑을 한 데 이어 DJ측 대표 자격으로 장례형식 등 후속절차에 대한 정부측과의 조율 창구를 맡는 등 진두지휘하며 DJ 사후에도 비서실장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장례절차 문제 등을 놓고 자칫 정부측과 불협화음이 연출돼 `주군`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며 차분하게 현장 관리에 나섰다. 지난 20일 입관식 직후 이제는 고인이 된 DJ 앞에서 “이희호 여사를 잘 모시고 하신 말씀을 잘 기억하겠다”며 `마지막 보고`를 올리는 자리에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들과 함께 빈소에서 상주 노릇을 하고 있는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DJ와 정치적 고락을 나눠온 동교동계 가신그룹도 박 의원과 긴밀한 협의를 벌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3개조로 나눠 24시간 빈소에 상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