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는 여름철 가장 많은 피서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감독은 그 해운대를 배경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상상을 한다.

영화 `해운대`의 시작은 2004년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사상자를 내며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다.

바다를 삼키는 파도, 검은 구름을 동반한 폭우, 선원들의 울부짖음, 침몰하는 배, 그 광경을 보고 절규하는 만식…. 그 암시는 해운대에 곧 닥칠 쓰나미의 복선이 깔려있었다.

2004년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단 한 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 때문에 그는 연희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과거의 지울 수 없는 상처 때문에 연희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고 늘 연희 주위에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연희를 위해 광안리 대교가 보이는 배 위에서 멋진 프로 포즈를 준비한다.

연희는 만식의 프로 포즈를 받아주는 징표로 이튿날 배 위의 붉은 스카프를 걸어 놓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연희는 동춘을 통해 과거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고 만식의 프로 포즈는 물거품이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한편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는 해운대 일대 지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다. 그는 그곳에서 7년 전 이혼한 아내 유진과 딸 지민을 우연히 만나지만 지민이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일에 성공한 커리어우먼 유진은 바쁜 일로 인해 어린 지민을 혼자 두기 일쑤다. 한편 그 순간에도 바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마침내 김휘의 예상대로 일본 대마도가 침몰하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된다. 일본열도에서 시작한 지진이 대마도를 침몰시키고 해운대를 휩쓸었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에게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온다.

바다를 배경으로 가장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 닥쳐온 쓰나미는 엄청난 시련의 현장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영화는 쓰나미를 통해서 갈등과 상처의 흔적을 깨끗이 치유한다. 쓰나미라는 재난은 개인의 갈등과 가정의 갈등 그리고 인간관계의 갈등을 깨끗이 씻어내는 하나의 동기가 된다. 그래서 쓰나미도 휩쓸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해운대`는 소시민들의 아픔과 웃음화 그리고 눈물을 적당히 혼합하면서 재난이주는 반전을 담아낸다. 그것은 갈등에서 하나 됨으로, 막힌 인간관계를 화해와 소통으로 풀어간다.

`해운대`는 전형적인 재난영화다. 그러나 미국식 재난영화는 아니다. 미국식 재난 영화는 영웅이 자연재해에 맞서 싸우며 사람들을 구하지만 해운대는 쓰나미가 왔을 때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미국식 재난영화에 익숙하다면 그저 단편적이고 재미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약간은 어색하면서 구수한 부산의 억센 사투리, 약간 엉성한 듯 보이는 전개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인 내용이 조금 아쉽다. 그리고 재난 속에서 주인공이 죽지 않는 극 이야기는 뭔가 2%가 모자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해운대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만나게 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해운대를 배경으로 초반부의 스토리는 소시민들이 경험하는 삶의 끈적끈적한 이야기들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지금까지 재난 영화는 모두가 컴퓨터 그래픽의 위용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해운대는 지금까지 상영된 `타이타닉``투모로우` `일본 침몰` `노잉` `포세이돈`과 같은 외국의 재난영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다.

영화 중간에 희미와 형식의 대화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당신은 오후 세 시 같은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오후 세시는 무엇을 시작하기엔 너무나 늦고, 무엇을 끝내기엔 너무나 빠른 어정쩡한 시간이거든요” 이 대사는 바보스럽고 촌스럽지만 순수한 부산 청년 형식(이민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삼수생 희미(강혜원)의 대사다. 어쩌면 해운대는 대한민국을 삼키기에는 뭔가 부족한 오후 3시 같은 영화인지도 모른다.

컴퓨터 그래픽은 진보했으나 스토리는 뭔가 모자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갔지만 주인공들과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은 거의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영화의 감동이 미진 해 보인다.

그러나 그 오후 3시 같은 영화가 관객 1천만 명의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금 해운대는 쓰나미도 휩쓸지 못하는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가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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