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애물 해소로 분위기 전환 계기
연안호 선원 송환 등 갈 길은 멀어

개성공단에서 지난 3월30일 체포된 후 14일로 138일째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석방은 일단 남북관계에 첫 장애물을 해소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석방된 미국인 여기자 2명과 함께 유씨 사건이 장기화한 데는 실제 조사가 그만큼 길어졌다기보다는 북한의 대남정책 차원의 고려 때문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유씨 석방은 엄밀히 말해 남북관계에 플러스 요인이 생긴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이 없어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민간 방북에 제동을 걸고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 지원까지 제약해온 데는 북한의 핵실험과 더불어 유씨에 대한 북한의 `묻지마 억류`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즉 현재 북핵 상황은 변함이 없지만 유씨 문제의 해결을 계기로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한한 운신의 폭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정부는 유씨 석방을 계기로 인도적 분야에서 문을 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최근 일부 풀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을 가하고 있는 민간 방북의 문을 좀 더 열고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의 물자 반출 제한도 더 완화하는 등 인도주의적 분야에서 화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유씨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향후 개성공단 활성화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관련 중대 현안이기도 했던 유씨 문제가 해결된 것은 향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공단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씨 석방만으로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개선이 자동으로 뒤따를 것으로 보긴 어렵다.

우선 유씨건 외에 지난달 30일 월선했다가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 4명의 귀환 문제와 작년 남북관계 급랭의 계기가 된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 등 넘어야할 산들이 더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한 대북 제재가 엄연히 발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개방 3000을 내걸고 있는 정부가 대북 접근을 본격화하려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으로 북핵 문제가 진전이 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 재개만 해도 작년 박왕자씨 총격피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숙제로 남아있는데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북한의 무기개발 자금줄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현찰을 주는 사업인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즉 북한이 비핵화에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게 여전히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제인 셈이다.

또 우리 정부가 유씨 석방으로 생긴 모멘텀을 활용,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얼마나 적극성을 보이느냐도 남북관계 개선에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유씨 석방이 남북관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유씨를 석방한 것은 남측에 공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어 8.15 경축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남북관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양무진 교수는 “유씨 석방이 현대와 북한간의 교류협력 확대, 당국간 교류협력 확대라는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남측 정부의 대북 접근 의지”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유씨 석방이 갖는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