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봄, 아직도 할무당 신당에 제사를 모시는지 궁굼해 이 마을에 갔더니 신당은 건재했고 신당을 찾는 사람은 극히 적지만 제사는 명맥을 잇고 있었지요. 이 신당이 허물어지거나 할무당 신앙이 소멸되기 전에 실태조사라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백계당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로부터 끔찍이 산신을 섬겨왔고 어느 산에든 산신이 있다고 믿었기에 아직도 산에 시신을 매장하거나 조상 묘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산신제 부터 지내는 게 순서처럼 돼 있지요. 산신 중에서도 이름 난 산신이 더러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이 조선을 건국하여 다스리다가 아사달에서 산신이 되었다 하고, 석탈해왕이 죽어 토함산 산신이 되었다 하며, 박혁거세 왕비인 알영부인은 선도산 성모(聖母)가 되었다 합니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3리 산령전 마을에는 `할무당 할매`산신을 모신 신당이 있다.

산령전 마을에는 동해안 여느 마을에서 처럼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동제당이 있는데 이 마을엔 동제당 외에 백계당(白啓堂)이란 현판이 붙은 산신당이 있다. 여기에 지리산 산신 성모처럼 돌로 조각한 산신을 모셔 놓고 있다. 특히 할무당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 산신을 위해 인근 14개 마을 사람들이 계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민속학자로부터 주목할 만한 일이다.

향토 민속학자 박창원(53·사진)는 최근 이곳에 대한 연구를 한 `내연산 산령전 마을 백계당(白啓堂)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민간신앙이라고 여겼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21년 가량이 흐른 후에서야 논문을 펴내게 됐다.

“지난 2003년 봄, 아직도 할무당 신당에 제사를 모시는지 궁굼해 이 마을에 갔더니 신당은 건재했고 신당을 찾는 사람은 극히 적지만 제사는 명맥을 잇고 있었지요. 이 신당이 허물어지거나 할무당 신앙이 소멸되기 전에 실태조사라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백계당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이 논문은 내연산 산신 할무당을 모신 신당인 백계당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이를 위해 현지 조사 자료와 관련 문헌을 통해 신당의 역사, 신화와 신의 영험, 제의의 진행과정 등에 대해 밝히고자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백계당은 포항의 명산인 내연산 산신을 모신 신당이고 포항지역의 그 어떤 신당보다도 그 연원이 오래고 역사적 기록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민속적, 문화적 가치가 놓은 포항의 정신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의 모습을 형상화한 석상이 보존되고 있고, 신의 내력담이 담긴 신화가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이 영검하다고 믿고 있다. 또한 신앙의 범위가 넓으며, 계 조직에 의해 운영되어 온 포항의 대표적인 산신 숭봉처이다. 하지만 마땅히 보존되어야 할 민속자료이지만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 산간오지인 신령전 마을의 인구가 급감해 언제 마을이 없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며 현재 백계당을 유지, 운영하고 있는 주체도 고령화 되어 제의가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형편에 놓여 있어 문화재로 지정해 백계당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로부터 끔찍이 산신을 섬겨왔고 어느 산에든 산신이 있다고 믿었기에 아직도 산에 시신을 매장하거나 조상 묘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산신제 부터 지내는 게 순서처럼 돼 있지요. 산신 중에서도 이름 난 산신이 더러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이 조선을 건국하여 다스리다가 아사달에서 산신이 되었다 하고, 석탈해왕이 죽어 토함산 산신이 되었다 하며, 박혁거세 왕비인 알영부인은 선도산 성모(聖母)가 되었다 합니다.”

현지조사를 생명으로 하는 민속학 전공자인 그에 의하면 백계당은 그 역사나 유래, 자료의 충실도, 주변 지역에 끼친 문화적 영향, 계에 의해 운영돼온 민간 신앙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화재로서의 손색이 없다. 따라서 신당과 신상 등을 빠른 시일내에 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신앙을 연구한 지 올해로 25년째다.

“어촌이 있는 해안 지역은 내륙지방에 비해 민간신앙이 강하게 전승되는 곳인데, 역설적이긴 하지만 포항의 전통문화 중 조사·연구가 가장 안 돼 있는 영역이 민간신앙이라는 점, 그리고 연구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민간신앙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영역이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1988년에 이 신당을 답사한 이후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해 온 끝에 이제야 논문을 완성하게 됐다는 그는 백계당 외에도 민간신앙과 관련된 것 중 재미있는 신화를 전하고 있거나 연구 자료가 되는 것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마을 앞 해변 도로에 설치된 장기면 영암3리 골목할매 제당, 거대한 고인돌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계면 문성리 제당, 천제단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죽장면 두마리 제당, 거북신을 모시고 있는 청하면 덕성리 제당 같은 것은 보존할 필요가 있다. 보존 가치가 있는 동제당은 행정기관에서 지원을 해서라도 보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포항지역에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타 지역이나 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에 있는 해신당 제당은 특특한 신앙행위로 인해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돼 있습니다. 민간신앙도 충분히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이지요.”

그는 민속학자로, 교육자로 살고 있다.

“민속학자나 교육자 중 어떤 일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는 나의 `생업`이고, 민속학은 여가를 이용한 `부업`이라 할 만한데, 민속학은 하고 싶은 일이니 이게 재미는 더 있다고 본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카메라 가방 메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민속조사를 하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는 지난 2006년에는 경북매일신문에 `포항의 역사이야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포항의 역사 이야기`라는 타이틀이지만 저는 한 걸음 비켜나 `포항의 민속 이야기`를 썼습니다. 내연산 할무당 할매, 장기 영암3리 골목할매, 두마리 천제단 같은 민간신앙 이야기, 그리고 월월이청청, 죽장지게상여놀이, 구진앉은줄다리기, 모포줄다리기 같은 민속놀이 이야기를 썼지요. 민속에 대한 종전의 연구 성과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민속신앙을 연구하는 데에는 동대해문화연구소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4년부터 동대해문화연구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소위 명풍수 성지와 포항, `내연산 폭포 주변 암벽에 새겨진 인명 연구`, `흥해의 기인 권달삼 전설 연구`, `내연산 산령전 마을 백계당 연구` 등 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위원 신분이니 부지런히 연구하고 논문 쓰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수필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수필가로서 포항이 낳은 위대한 수필가 한흑구 선생을 닮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고령 출신인 그는 영남대 국문과와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졸업했다.

1982년 9월부터 포항시 청하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2005년 9월부터 교감으로 있다. 한동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교실, 선린대 플라워디자인과, 포항여성문화회관 문화유산해설사, 포항KYC 역사문화길라잡이, 포항생명의숲 숲해설사, 포항문예아카데미 수필 등 대학과 사회교육기관에서 강의를 하거나 출강도 했다.

1992년 `포항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4월 `수필문학`추천 완료됐고, 포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보리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민속학회 회원, 월곡고전문학연구회 회원, 동대해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포항시정신문화발전연구위원, 포항시사편찬위원으로 민속학과 향토사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영일군사`, `포항시사`(1999) 편찬위원으로서 집필에 참여했으며 `포항지역 구전민요`, `아름다운 포항 유서깊은 마을`등의 저서가 있다.

그는 들판을 산책하면서, 또는 산에 오르면서 자연과 대화하는 걸 즐기는 `청정자유인`이다.

“들판에는 많은 풀과 꽃이 있고, 산에는 또 많은 나무와 동물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사색에 잠길 때 삶의 의욕이 샘솟습니다.”

평소 취미도 여가가 생기면 곧잘 시골 구석구석으로 민속조사를 나가는 그는 “특이한 민속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끼고 현장에서 조사한 자료를 정리하고, 관련 문헌을 뒤져 논문을 쓴다고 몰입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최근엔 강한 인상으로 남습니다. 흥미진진하기도 하려니와 민족을 사랑하는 선생의 뜨거운 열정이 가슴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유홍준 교수의 `완당평전`을 읽었는데 완당 선생의 치열한 삶과 예술혼이 폐부 깊숙이 들어옵니다.”

지금은 포항시사편찬위원으로 올해 시승격 60주년기념사업으로 발간 예정인 `포항시사`집필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 포항문인협회 및 경북문인협회 회원으로서, 보리수필문학회 회원으로서 좋은 작품 쓰는 일도 그 앞에 놓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백계당 산신당을 빠른 시일내에 경북도 지방문화재로 등록 신청하고 지금까지 조사·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포항의 민속을 주제로 한 단행본을 출간하는 일은 시간을 늦출 수 없다.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청하중학교가 최근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전원학교`로 지정받았는데 앞으로 교과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포항 유일의 전원학교로서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이 시대의 참일꾼`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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