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방북길에 올라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현 회장은 북한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북한 당국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인 유모씨의 석방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사망 사건으로 작년 7월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재개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에는 맏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현대아산의 계약지원 담당 실무급 부장 1명이 대동했고, 이들은 2박3일간 평양에 체류하며 북측 인사들과 유씨의 석방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 기간에 유씨 문제가 잘 해결될 경우 8.15 광복절 이전에 유씨의 귀환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유씨는 지난 3월30일 체제 비난과 여종업원에 대한 탈북 책동 등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 134일째 외부인 접견을 하지 못한 채 억류돼 있다.

특히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유씨 억류 사태에 대한 해법과 함께 남북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받아오면 경색된 남북 당국 간의 대화 채널이 되살아나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현 회장은 정지이 전무와 2005년 7월16일 원산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나 대북 사업을 논의했고,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을 때와 같은 달 30일 원산에서 백두산관광에 대해 합의할 때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전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을 만나 유씨 석방 문제 등 당면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자신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뒤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방북이 성사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