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2년만에 亞농구선수권 패권탈환 위한 필수 과제

`중동 모랫바람 경계령`은 축구에서 많이 듣던 말이다.

아시안컵 등 주요 아시아권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팀들의 벽을 넘어야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메뉴였다.

농구는 그동안 `만리장성` 중국이 워낙 압도적인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세였기 때문에 `모랫바람`은 다른 종목 이야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농구에도 모랫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는 파디 엘 카티프(30)를 앞세운 레바논의 기량이 급상승했고 미국에서 귀화한 선수로 전력을 보강한 요르단, 카타르나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팀 이란도 만만치 않다.

6일부터 중국 톈진에서 개막되는 제2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남자농구 대표팀도 3위까지 주어지는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려면 중동팀들을 물리치는 것이 필수 과제다.

한국이 2003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도 중동의 모랫바람에 막힌 때문이다.

2005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8강 리그에서 카타르에 지는 바람에 4강에서 중국을 만나 결승에 나가지 못했고 2007년 일본 도쿠시마 대회 때는 준결승에서 레바논에 패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서도 한국은 레바논, 요르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통의 강호 중국 역시 이번 대회에 NBA 출신 이젠롄, 왕즈즈, 쑨웨 등 사실상 베스트 멤버를 꾸려 나왔다.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야오밍만 빠졌을 뿐이다.

한국으로서는 8강 토너먼트부터 중동 바람과 맞서게 될 전망이다. 12강 결선리그까지는 이란만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큰 한국은 8강 토너먼트에서 중국, 레바논, 요르단, 카타르, 카자흐스탄 가운데 한 팀과 맞붙을 것이 유력하다. 카자흐스탄 역시 2007년 대회에서 한국과 1승1패를 기록했던 다크호스다. 1997년 대회 우승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패권 탈환과 1998년 이후 역시 12년 만에 세계선수권 출전을 노리는 한국의 목표 달성 여부는 중동팀들과 경기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