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갈고 만지작거리다가 드디어 미디어관련법이 7개월 만에 결국은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자축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눈물로 통탄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정당이나 정도(正道)가 있다.

법 이전에 윤리, 관습 등 우리의 현실사회 속에는 “좋은 게 좋지”라는 말이 있지만 고도의 산업사회와 개인주의 사회가 날로 변하는 세상에는 정도가 더 중요하다.

국회의장이 조정, 타협, 좋은 게 좋게 등으로 협상했으나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직권으로 상정한 것이 무리지만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국회는 늘 국민을 생각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에 호남의 문신이요 학자인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1527~1572) 선생은 고봉집(高峯集)의 논사록(論思錄)에서 “향기와 악취가 한곳에 있게 되면, 향기는 없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을 한다. 두루 뭉수리하게 현실과 타협하고자 할 때, 이보다 그럴듯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사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것이다. 그 결과 일시적인 화합, 외면적인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봉(高峯) 선생은 스승인 퇴계(退溪)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해 논변한 것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고봉(高峯) 선생이 임금의 공부를 돕는 자리인 경연(經筵)에 참석했을 때였다.

마침 소인배들의 득세에 관한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고봉 선생은 군자와 소인,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고봉 선생은 “고식적이고 게으른 사람들은 또 매사에 공평해야만 한다. 군자를 후대하고 소인을 박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다. 군자와 소인이 차별이 없다면 이는 크게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서 그런 도식적인 공평은 오히려 불공평의 단초를 제공한다. 만일 향초와 악초를 한곳에 두면 향기는 없어지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치현실도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수용도 한다. 그러나 결정은 다수결로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다수결은 국민이 많이 지지해준 정당이 늘 승리하는 것이다.

정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이 선택한다.

소수의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하고 다수의 정당은 소수정당이 아니 되도록 노력해서 국민의 지지를 계속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설립 목적의 원칙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결사체를 말한다.

그래서 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자유, 특히 정치적 결사에 관한 자유가 인정되고 국민에게 널리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이 인정되는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자유로운 정당의 설립에 의한 복수정당제가 입헌 민주정치의 필수적 요건이다. 때문에 현대 민주국가를 정당국가라고 한다.

따라서 여당은 이번 직권상정으로 미디어관련법이 통과한 것에 자만하지 말고 국민의 민생관련법에 더 치중하고, 야당은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여 국민이 바라는 요구가 무언지를 파악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은 늘 어리석은 것 같지만 투표권에는 아주 현명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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