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이 조금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무상담 중에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 경우 나는 다시 “언제 어디에 쓰실 돈이죠”라고 되묻곤 한다.

가입하고 있는 저축이나 투자 상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돈을 모으려고`, `부자가 되려고`, `나중에 쓰려고` 등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적을 정한 후 그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함이 순서이지만, 그와 반대로 금융상품을 정한 후 그에 맞는 목적을 찾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적금을 가입한 후 만기까지 납입해서 찾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왜냐하면, 납입하는 중간에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찾아서 써 버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만기까지 돈을 납입하더라도 실제로 자신의 돈이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어렵게 부은 적금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여성들은 홈쇼핑에 나오는 각종 광고가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하고, 남성들은 거리에 나가면 신형 자동차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만일 목적이 있다면 이런 유혹을 쉽게 이길 수 있지만, 목적이 없다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돈을 모으긴 모으는 것 같은데 나중이 되면 실제 내 손에 쌓인 돈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만일 무작정 돈을 모으기 위해 펀드에 가입했다면,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때 아무 생각 없이 펀드를 깨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펀드에 자녀의 대학자금이라는 목적이 있다면 쉽게 깰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목적이 없는 펀드는 단순한 금융상품이지만, 목적이 있는 펀드는 자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드신 다음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자 그때 비로소 사람이 생령이 됐다는 말씀이 나온다. 재무설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금융상품에 이름을 붙이고 목적을 정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금융상품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가령 보장성보험은 `가정의 안전판`이 되고, 주택마련저축은 `가정의 보금자리`가 되고, 펀드는 `사랑하는 자녀의 대학생활`이 되고, 연금은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되는 식이다.

재무설계는 무작정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돈이 준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처럼 우리가 금융상품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것은 우리에게 다가와 아름다운 꽃이 되고 향기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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