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의 한나라당 시·도당 위원장 문제가 갈수록 가관이다.

똑같은 친박근혜계인 이인기(경북 칠곡) 의원과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이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경북도당위원장은 두 의원 간 합의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이 없으며, 사실상 `친이 vs 친박`구도로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과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이 맞서고 있는 대구시당위원장은 막말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유언비어도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은 "문제가 커지면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봉합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로는 진척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양 의원들의 대결로 인해, 관전(?)중인 다른 의원들은 팔짱을 끼고 있다. 사실상 나설 수도 없을 뿐더러, `구덩이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생각.

우선 경북지역 의원들은 오는 15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정희수 의원 측에 따르면, “이인기, 김태환 의원에게 오는 14일까지 합의할 시간을 준 상태이고, 그만큼의 시간을 준 마당에 15일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결론을 지어야 할 상황”이라면서 “이는 이인기, 김태환 의원 두 사람이 다른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상황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경북지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당위원장 후보인 이 의원과 김 의원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적도 한 두 번에 불과하며, 그나마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

특히 그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이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 자신의 주장을 제기하다가 이인기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일각에서는 두 의원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른 국회의원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며, 지난 권오을 의원의 도당위원장 경선을 빌미삼아 경선까지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대구시당위원장 문제는 오는 13일 의원들 간의 간선 투표로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대구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는 서상기 의원과 이한구 의원들 두고 판세 분석이 한창이다.

그리고 이 판세분석에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로 박근혜 전 대표를 꼽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모임에 참석한다면 서상기 의원의 승리가 점쳐지며, 만약 참석하지 않고 어떠한 포지션도 취하지 않는다면 서 의원이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설마 박 전 대표가 아전투구 같은 이 같은 투표에 참석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이한구 의원과 서상기 의원의 대결은 백중세라는 것이 보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양 의원은 모두 `7대4`로 자신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투표라는 것이 지역의 상황과 학연, 그리고 각종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당 위원장 문제로 야기된 지역 의원들의 갈등은 향후 지역 사업과 각종 국회활동에서 문제를 야기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며 한 달 이상을 `으르렁`거린 마당에 웃는 얼굴로 악수할 수는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

결국 이번 문제의 여파는 지역 의원들은 물론, 의원들을 선출한 지역민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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