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강국`으로 통했던 한국이 저(低)저축국을 넘어 `저축을 가장 안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상황에 처했다.

5일 경제협력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 가능한 17개 회원국 중에 내년도 한국의 가계저축률(저축액/가처분소득)은 3.2%로 일본과 함께 최하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7개 국가의 평균 가계저축률 8.5%보다 5.3%포인트 낮은 수치다. 1위는 16.3%로 전망된 스웨덴이었다.

올해 17개국의 저축률은 8.7%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경우 5.1%로 일본(3.3%), 노르웨이(4.6%), 덴마크(5.0%)에 이어 저축률이 낮은 국가군으로 분류됐다.

1975년 7.9%였던 한국의 저축률은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1980년대 중반 15% 수준으로 올랐고, 3저(低) 호황과 올림픽 특수가 겹쳤던 1988년 25.2%를 기록, 처음으로 저축률 1위에 올랐다.

또 2000년 10.7%로 벨기에(14.0%)에 1위를 내놓을 때까지 4개 연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저축률 수위를 지켰다.

하지만 2001년에는 6.4%의 저축률을 기록해 1981년 이후 유지했던 10% 이상 저축률이 20년 만에 무너졌고,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2년에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2.1%로까지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저축률 급락은 소득 증가율에 비해 소비 증가율이 높았던 데다 소비 중에서도 쉽게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항목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2000년 이후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실제 소비 여력은 성장률만큼 늘어나지 못했다”며 “가계 입장에서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최근 각종 연금이나 보험 등 준조세 성격의 지출이 증가하고 사교육비·주거비 등 한국적 풍토에서 줄이기 힘든 지출이 늘어난 것도 저축 여력을 줄였다”며 “지나친 저저축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