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 말이긴 하지만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50년을 넘게 살아도 DNA가 섞여가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 마주 본다고 해서 얼굴 형태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지만 해로(偕老)하며 사는 부부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고 닮기도 한다.

결혼을 두고 새들이 새장 속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한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떼뉴의 논리와는 달리 부부는 처음부터 자신과 닮은 이성에게 매력을 더 느끼고 신뢰해서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조사결과가 흥미롭다.(뉴욕 타임스 보도)

부부는 병도 닮는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같은 식성에다 같은 운동 습관을 가진 부부는 앓는 병도 비슷해서 당뇨와 고혈압 허리 통증, 복부비만 등을 볼 수 있다.

영국의 리버풀대 연구진(2006)은 `부부가 오래 살수록 닮아간다.`라는 비과학적 사실을 과학적 근거로 풀어낸 바 있었다. 부부는 매일 같이 마주 대하면서 서로 웃고 즐기면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싸우고 찡그리게 되며 결국 잔주름이 많은 얼굴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행복지수가 당연히 높다. 이럴 경우 성격이나 체형이 비슷해진 커플은 세상에 보기 드문 행복부부가 된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오스트리아)는 부모 모습을 닮은 이성에게 더 끌린다고 했다.

서로를 아끼는 부부의 생각은 더 애틋하다. 1912년 아내와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서 첫 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에 승선했던 뉴욕 `메이시` 백화점 소유주 `이사돌 스트라우스`는 빙산과 충돌한 타이타닉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여자와 아이들이 먼저 구명정에 올랐다.

그 순간 `스트라우스` 부인은 “40년을 함께 했는데 떨어질 수 없다”며 구명정에 내려서 남편과 남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기록이 전한다.

그는 “태어난 날은 서로 틀리지만 한날 함께 죽게 해 달라”는 동양정신을 선택했다. 생은 원래부터 부생(浮生)이다.

18세기~ 19세기를 걸쳐 청나라 소주에서 살았던 중국의 고전작가 심복은 자서전 “부생육기”를 통해 먼저 간 아내 `운`이를 두고 “삶이란 봄날의 꿈과 같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면서 평생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임어당(林語堂)은 부생육기의 실제 주인공 `운`이는 “중국 문학에 있어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으며 뛰어난 재녀(才女)다”로 평하기도 했다.

실제 운이는 남편 심덕이 잘 먹는 오이· 두부 요리를 잘 만들고 문학· 미술을 재치 있게 이야기해 주는 부생(浮生)의 인연이었다.

허약해진 몸을 이겨내지 못한 운이는 심덕에게 자신보다 더 아리따운 이웃집 처녀에게 장가가기를 권유하기도 했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운이는 달빛이 고운 칠석날 “영원세세토록 부부되어 지이다(願生生世世爲夫婦)”를 양·음각으로 새긴 도장 두 개를 단에 얹고 배례를 통해 숱한 세월이 흘렀으나 서로의 감정이 조금도 식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일생을 마쳤다.

우리 사회는 지금 무척 어렵다.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상에선 직장에 쫓기고 자식에 쫓기고 기댈만한 곳이 쉽지 않다.

노년(年)의 부부가 핍박을 받고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한 보도가 낯설지 않은 팍팍한 사회다.

냉정함이 서릿발과 같은 서양부모와는 달리 당장 춥고 덜 먹더라도 자식부터 챙기는 것이 부부의 마음이니 물신(物神)이 춤추어도 돌아설 수 없는 것이 또한 부부의 혼이다.

부부는 30년을 참고 견딘다고 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3주간은 서로를 연구하고 결혼 3달간은 죽도록 사랑하고 3년은 서로 심하게 싸우면서도 붙어다닌다.

그러면서 30년을 견뎌내니 그것이 부부의 삶이다. 어려울수록 참아야 한다.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오면 부생(浮生)의 실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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